[이슈]반도체 공장에 보낼 물, 댐에서만 찾을 수 있나

가뭄 때 공급 능력, 농업용수 대체, 물을 내주는 지역의 부담까지 따져야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13 11: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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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반도체 공장은 물을 쓰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웨이퍼를 세정하고 설비를 식히는 공정에는 많은 양의 물이 안정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정부가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댐과 하천, 하수 재이용수를 함께 검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어느 댐에 물이 남아 있다는 계산만으로 공장까지의 공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가뭄에도 그 물을 쓸 수 있는지, 기존 이용자의 물은 무엇으로 대체할지, 취수와 관로의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가 뒤따른다.

숫자가 같아 보여도 서로 다른 물이다
지난 8월 31일 국회물포럼의 ‘반도체 산업용수 공급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도 발전용 댐과 농업용 저수지의 물을 산업에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쟁점은 수원 발굴 자체보다 용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담이었다. 용인으로 물을 보내려면 댐 상류지역과 협의해야 하고, 서남권 산단에 나주댐 물을 쓰려면 그 물로 농사짓던 지역의 공급체계를 먼저 바꿔야 한다.  

▲AI 생성형 이미지

정부가 밝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장래 용수 공급 규모는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을 합쳐 하루 150만 톤이다. 이 가운데 107만 톤이 통합용수공급사업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정부는 소양강댐·충주댐과 화천댐, 하수 재이용수 등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150만 톤과 107만 톤을 별개의 신규 수요처럼 더해서는 안 된다. 전자는 두 산단의 전체 공급 계획, 후자는 그 안에 포함된 통합공급사업의 규모다.

반도체 건설일정에 따른 신속한 공급사업
이에 따른 시간표도 빨라졌다. 정부는 통합공급사업 1단계인 하루 31만 톤의 공급 시점을 당초 2031년 1월에서 2029년 5월로 앞당기고, 2단계 76만 톤은 2034년 7월부터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의 건설 일정을 앞당기면서 용수 관로와 취수시설에도 속도를 요구한 것이다. 다만 목표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발표와 그때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검증은 다른 일이다. 취수시설, 관로, 전력, 처리시설 가운데 하나라도 늦어지면 공급망 전체의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단은 별도의 계획이다. 정부가 예상한 필요량은 하루 65만 톤이다. 이를 동복댐 30만 톤, 주암댐과 장흥댐 15만 톤, 보성강댐 10만 톤, 나주댐 10만 톤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동복댐 30만 톤에는 기존 여유량 5만 톤과 댐을 높여 추가로 확보할 계획인 25만 톤이 함께 들어 있다. 보성강댐 몫은 발전용으로 쓰던 물의 용도를 바꾸는 방식이다. 숫자상 합계는 65만 톤이지만, 각각의 수원은 확보 방법과 선행 조건이 다르다.
 

이 차이는 사업의 진행 정도를 판단할 때 중요하다. 기존 시설에서 당장 쓸 수 있다고 평가한 물, 댐 증고 뒤에 생길 물, 농업용수를 대체 공급해야 비로소 전환할 수 있는 물을 모두 같은 ‘확보량’으로 읽으면 남은 과제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도 서남권 산단의 구체적인 공급 방식과 일정은 해당 기업과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발표된 것은 수원별 공급 방안이며, 산단에 이르는 모든 공사와 운영 조건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나주댐의 10만 톤은 농경지에서 출발
서남권 계획에서 가장 복잡한 부분은 나주댐이다. 정부는 나주댐 물을 공급받던 영산강 하류 농경지에 더 가까운 영산강 물을 대신 보내면 댐 용수를 아낄 수 있다고 알렸다. 이 방식으로 하루 21만 톤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제시했지만, 65만 톤 공급 계획에 실제 배분한 나주댐 물은 하루 10만 톤이다.  

▲토론에 함께한 사람들

따라서 농경지의 물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영산강에 양수장과 관로를 새로 설치하고, 노후 농업기반시설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농업인과 협의하겠다는 입장도 냈다. 계획대로라면 농민은 기존 댐 물 대신 새 공급망을 통해 물을 받는다. 따라서 산업용수 확보의 성패는 나주댐의 저수량만이 아니라 대체 공급시설이 영농기에 제때 작동하는지에도 달려 있다.
 

평상시 공급량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철상 고려대 교수는 나주댐의 저수용량과 연간 농업용수 공급 규모를 들어 강수량이 줄었을 때의 여력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준 건국대 교수도 영산강 유역의 가뭄 위험을 거론하며 평균적인 조건에서 산정한 공급 능력을 가뭄기의 안정 공급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산업과 농업에 동시에 물이 필요한 시기의 공급 가능량을 검증하자는 요구다.

보다 꼼곰한 준비와 수치자료 필요해
검증에는 연간 평균치보다 촘촘한 조사가 필요하다. 영농기에 농경지별로 물이 언제 얼마나 필요한지, 영산강의 취수 가능량이 적은 시기에도 대체 공급이 가능한지, 여러 해 가뭄이 이어질 경우 나주댐의 저수량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낡은 농업용수 시설을 개선하는 일은 필요한 출발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업용수 공급량 대비 실제 사용량은 약 48% 수준이며, 노후한 개수로에서는 상류와 하류 농경지의 공급 격차도 크다. 정부는 수로를 관로로 바꾸고 원격 계측·제어를 도입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양만큼 보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48%라는 수치를 뒤집어 나머지 52%를 산업에 곧바로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줄일 수 있는 손실이 어디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먼저 계측해야 한다. 수로 끝 농가가 겪는 부족을 해결할 물과 가뭄에 대비해 남겨둘 물까지 ‘여유량’으로 잡을 수도 없다. 김상우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정책지원단장이 공급량과 실제 수요량을 자료로 확인한 뒤 전환 가능량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시설 현대화 비용도 사업비의 일부로 봐야 한다. 새 양수장과 관로, 계측시설이 산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조건이라면 그 설치비와 운영비를 어느 부처·지자체·기업이 부담할지 정해야 한다. 농민에게는 공급량뿐 아니라 수질, 공급 시기, 시설 고장 때의 대응이 중요하다. 대체 공급을 먼저 안정적으로 확인한 다음 댐 용수의 전환량을 늘리는 순서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화천댐의 물을 쓰는 곳과 부담하는 곳
용인에서는 물의 사용처와 수원 지역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 또 다른 과제다. 정부 계획에는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충주댐과 발전용 댐인 화천댐이 함께 등장한다. 발전용 물을 산업용수로 활용하려면 댐 운영 목적 사이의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댐 상류지역 주민이 오랫동안 감수해 온 토지 이용 제약과, 새로운 산업 수요를 위해 물을 보내는 데 따른 보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투자의 편익은 산단과 국가 경제에 넓게 돌아가지만, 수원 관리에 따른 부담은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 물을 가져오는 관로의 공사비만 계산하고 이 문제를 뒤로 미루면, 공급계획의 숫자가 채워져도 지역 간 합의는 남는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막연한 ‘상생’ 약속보다 확인 가능한 협의 내용일 것이다. 취수량과 댐 운영 변화가 지역에 미칠 영향을 공개하고, 주민 지원이나 지역 환원 방안이 있다면 재원과 집행 주체를 정해야 한다. 산업단지 조성 일정에 맞춰 물을 보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할수록 수원 지역의 의견을 듣는 시점도 앞당겨야 한다. 공급 개시 직전의 협의로는 설계에 지역의 요구를 반영하기 어렵다.

물을 더 가져오기 전에 덜 쓰는 공장으로
새 수원을 찾는 것과 공장에서 물을 반복 사용하도록 설계하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정부는 서남권 계획에서 광주제1하수처리장의 처리수를 역삼투막으로 추가 처리하면 하루 30만 톤을 일반 공업용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이용수는 용도에 맞는 품질과 안정성이 확인될 때 가치가 커진다. 반도체 공정에는 일반 공정용수부터 높은 순도를 요구하는 물까지 서로 다른 수준의 수질이 필요하다. 정부도 서남권 산단에서 쓰는 물의 약 절반을 일반 공정용수로 보고 재이용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검토의 핵심은 하루 30만 톤이라는 시설 규모만이 아니라, 어느 공정에 얼마를 쓸 수 있는지, 추가 처리에 드는 비용과 에너지는 얼마인지, 품질이 기준을 벗어날 때 대체 수원이 있는지다.
 

기업의 물 사용 계획도 공급시설 계획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 공장별 생산 단계에 따라 필요한 물의 양은 달라지고, 공정에서 회수해 다시 쓸 수 있는 양도 설계에 영향을 받는다. 사업자가 최초 취수량, 공정 내 재사용량, 배출량을 단계별로 제시하면 정부는 필요한 신규 수원의 규모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 물 절감으로 취수 필요량을 낮추는 성과가 확인된다면 댐과 하천에서 끌어와야 할 물도 그만큼 줄어든다.
 

결국 반도체 산업용수의 질문은 “어디에서 하루 몇 톤을 가져올 것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용인에서는 앞당겨진 공장 일정과 장거리 공급시설의 완공 시점을 맞추고 수원 지역과 합의해야 한다. 서남권에서는 댐 증고와 용정부의 수원별 숫자는 출발점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평상시와 가뭄기의 공급 가능량, 기존 이용자에게 돌아갈 물, 시설이 늦어지거나 멈췄을 때의 대응, 비용 부담 주체가 드러나야 한다.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것은 서류상 확보된 물이 아니라, 농번기와 가뭄에도 갈등 없이 보낼 수 있는 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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