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서 폐기물 처리체계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달리 수도권 내 공공소각시설 부족으로 폐기물이 충청권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발생지 처리 원칙’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심재곤 환경인·포럼 대표와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이 수도권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의 현황과 공공·민간소각장의 역할, 향후 폐기물 처리체계의 방향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대담에서 공공소각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시설 신·증설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과도기에는 민간소각장의 처리능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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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곤 대표와 김형순 이사장 |
직매립 금지 후 처리 자체 큰 문제 없어
대담에서 심재곤 대표는 수도권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현재까지의 처리 상황을 김형순 이사장에게 물었다.
김형순 이사장은 민간소각업계가 정부와 지자체와 협력해 매립되지 못하는 폐기물 처리에 대응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처리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의 처리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활용한다면 향후 2030년 전국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더라도 민간소각시설이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도권 밖으로 이동하는 폐기물이다.
수도권 내 공공소각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처리하지 못한 폐기물이 민간소각시설로 위탁되고, 일부는 충청권이나 경상권 등 장거리 이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주·오송 등 충청권 지역으로 수도권 폐기물이 반입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발생지 처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처리시설 여건이 현실적으로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공공소각장 부족…“민간소각장이 구원투수”
현재의 문제를 단순히 민간소각장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공공소각시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수도권 공공소각시설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물량을 민간소각시설이 맡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시설 확충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소각장이 사실상 부족한 처리능력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공공소각시설을 새로 설치하거나 증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각시설이 지역의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어 주민 반발과 행정절차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처리능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소각시설이 충분히 확충될 때까지 민간소각시설을 ‘구원투수’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공공과 민간은 대체 관계 아닌 보완 관계”
그렇다면 공공소각장과 민간소각장의 역할은 어떻게 나눠야 할까.
김 이사장은 민간소각시설의 본래 역할은 생활폐기물이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 처리라고 강조했다.
직매립 금지로 생활폐기물 처리라는 새로운 물량이 민간소각장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전체 처리량에서 생활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라는 것이다. 생활폐기물 처리가 민간소각산업의 중심이라기보다 현재는 보조적인 역할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공공소각장을 민간소각장으로 대체하는 방식보다는 공공소각장을 기본축으로 두고 민간소각장을 부족한 처리능력을 보완하는 시설로 활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자체가 자체 처리능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소각장의 기존 인프라와 기술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민간소각장 “30년 경험과 기술력 갖춰”
민간소각업계는 자체적인 기술력과 시설 운영 경험도 강조한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에는 전국 63개 조합원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업체별 처리능력에는 차이가 있지만 조합원사 전체 연간 매출은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설명됐다. 일부 업체는 소각시설 관련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밝혔다.
김 이사장은 민간소각시설이 정부 인허가를 받아 운영된 지 30년 이상 됐으며, 시설뿐 아니라 운영인력의 경험과 노하우, 자본력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소각산업을 단순 폐기물 처리산업으로만 바라보기보다 국내 환경산업의 한 축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처리비용 논란 “민간소각장 과도하지 않다”
민간소각시설 이용이 확대되면서 처리비용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심 대표가 공공과 민간소각시설의 처리비 차이를 묻자 김 이사장은 민간소각장의 처리비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민간소각시설의 처리비는 톤당 약 17만원 수준이며, 수도권매립지의 반입단가 역시 예외적인 상황에서 톤당 16만~17만원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폐기물 처리비용 문제는 단순한 단가 비교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운송거리, 시설 투자비, 환경오염 방지시설 운영비, 에너지 회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민 수용 가능성 무시못해
대담에서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또 하나의 문제는 주민 수용성이다.
소각장은 지역 주민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환경기초시설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시설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주민 반발을 고려하면 신·증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 대표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상·하수도시설과 마찬가지로 국민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 역시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소각시설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직매립 금지를 성공시키려면 ‘매립을 금지하는 것’과 함께 그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각장 확충의 열쇠는 결국 주민 신뢰라는 데 두 사람의 의견이 모였다.
김 이사장은 현재 소각시설에 대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TMS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시설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민간소각시설은 주민들이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시설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으며,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현황을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민간소각시설이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사업을 확대하고 주민 참여형 운영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각장을 숨겨야 할 시설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보고 감시할 수 있는 시설로 전환해야 한다는 접근이다.
생활폐기물이 시멘트 소성로로 가는 이유는?
대담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시멘트 소성로의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도 다뤄졌다.
김 이사장은 직매립 금지 이후 생활폐기물이 민간소각시설뿐만 아니라 재활용업체를 거쳐 시멘트 소성로 등으로 이동하는 구조를 설명했다.
특히 생활폐기물을 파쇄·선별하는 재활용 과정을 거친 폐기물이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담에서는 직매립 금지 생활폐기물 가운데 약 60%가 소각업체에서 처리되고, 나머지 약 40%가 재활용업체를 거쳐 처리되는 것으로 김 이사장이 설명했다.
민간·공공소각장과 시멘트 소성로, 다른 기준 적용 논란
소각시설과 시멘트 소성로 사이의 환경관리 기준 차이도 대담에서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김 이사장은 민간·공공소각시설과 시멘트 소성로가 법적으로 서로 다른 시설로 분류되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에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질소산화물의 경우 민간·공공소각시설은 약 50ppm 수준인 반면, 시멘트 소성로는 약 270ppm까지 허용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탄소 및 THC 관련 관리에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폐기물 처리시설 간 동일 폐기물에 대한 환경관리 기준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별도의 정책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다만 해당 배출허용기준의 구체적인 법적 적용과 시설별 기준은 시설의 종류와 연료·폐기물 사용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기사 게재 시에는 관련 법령 및 환경부 기준을 추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각장,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에너지 시설’로
민간소각장의 역할은 폐기물 처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김 이사장은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산업체에 공급하고 일부 시설에서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체가 소각장에서 공급받은 열을 활용하면 별도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에너지 회수 기능은 향후 소각시설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단순히 폐기물을 태워 없애는 시설이 아니라 폐기물 처리와 동시에 에너지를 회수하는 자원순환·에너지 인프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30년 전국 직매립 금지, 처리체계 준비해야
심재곤 대표와 김형순 이사장의 대담이 보여준 것은 수도권 직매립 금지가 단순한 ‘매립 금지’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직매립을 금지하려면 소각시설과 재활용시설 등 대체 처리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폐기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처리 과정에서 새로운 환경·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소각시설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기본 환경기초시설로 확충해야 한다.
동시에 공공소각시설의 신·증설에는 주민 수용성과 행정절차 등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기존 민간소각시설을 활용해 그 사이의 처리 공백을 메우는 전략도 필요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공공소각장과 민간소각장의 경쟁이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공공은 지역의 안정적인 생활폐기물 처리 기반을 책임지고, 민간은 산업폐기물 처리 역량과 기존 시설·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공의 부족한 처리능력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재활용 확대와 폐기물 감량을 병행하고, 시멘트 소성로 등 다른 처리방식과의 환경관리 기준도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에 이어 2030년 전국 확대가 예정된 만큼 앞으로 3~4년은 국내 폐기물 처리체계를 재정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공공소각장 확충이 늦어질수록 민간소각장과 다른 지역 처리시설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민간소각시설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발생지 처리 원칙과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별 폐기물 발생량과 처리능력 재점검 △공공소각시설 신·증설 로드맵 마련 △민간소각시설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 △장거리 폐기물 운송 최소화 △주민 참여와 정보공개 확대 △소각 과정에서의 에너지 회수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심재곤 환경인포럼 대표와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의 대담은 결국 “직매립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폐기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폐기물이 매립지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폐기물을 어디에서, 어떤 시설을 통해, 어떤 환경기준으로, 누가 책임지고 처리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2030년 전국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고 충분한 처리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금 수도권에서 나타나는 ‘폐기물 장거리 이동’ 문제가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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