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농업 생산 넘어 식량안보 위협으로

FAO·WMO ‘기후위기 시대 핵심 리스크’경고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4-26 22:45:11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극심한 더위가 전 세계 농업과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경고가 나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 『Extreme Heat and Agriculture』는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출간됐는데 폭염이 단순히 일시적인 기상재해가 아니라, 작물·축산·수산양식·산림·농업 노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증폭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8.2%가 기아에 직면했고, 23억 명이 중등도 또는 심각한 식량불안을 겪었다.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은 건강한 식단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식량안보 위기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기상, 특히 폭염과 가뭄의 결합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폭염이 농업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옥수수와 밀 수확량은 기온이 1도 오를 때 각각 7.5%,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향후에도 기온 1도 상승마다 최대 10%의 추가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까지 전 세계 소의 거의 절반이 위험한 수준의 열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있으며, 연간 손실 규모는 2005년 기준 약 4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피해는 육상 농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양 폭염은 수산자원의 이동과 대량 폐사를 유발하고 있다. 2013~2016년 북동태평양에서 발생한 이른바 블롭 해양 폭염 당시 해수 온도는 평년보다 4~6도 상승했으며, 100종 이상의 해양생물이 기존 서식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관측됐다. 칠레 남부에서는 2016년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유해조류가 대규모로 발생해 양식 연어와 송어 약 10만 톤이 폐사했고, 경제적 피해는 8억 달러를 넘은 것으로 알렸다.

산림과 과수도 예외가 아니다. 극심한 더위는 산불 위험을 높이고 병해충 확산 가능성을 키우며,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에도 악영향을 준다. 보고서는 고온과 강수 부족이 결합한 ‘고온·건조 복합사건’이 산림 생산성 손실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산림이 탄소흡수원에서 탄소배출원으로 전환될 위험도 제기됐다.

농업 노동자에 대한 영향도 심각하다. 폭염은 노동자의 건강뿐 아니라 노동생산성까지 떨어뜨린다. WMO와 WHO 보고서를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기온이 20도를 넘은 뒤 1도 상승할 때마다 노동생산성은 2~3% 감소한다. 2021년 고온으로 인해 전 세계 잠재 노동시간은 4,700억 시간 줄었으며, 저개발 국가에서는 노동시간 손실의 87%가 농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보고서는 특히 폭염과 가뭄이 결합할 때 피해가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폭염은 토양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켜 가뭄을 악화시키고, 마른 토양은 다시 지표면 열을 높여 폭염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 같은 복합재해는 작물 수확량 감소, 가축 폐사, 산불 증가, 농업 노동 위험 확대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

브라질 사례는 이러한 복합위험을 잘 보여준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이어진 폭염 기간 동안 브라질 주요 대두 생산지역에서는 대두 생육에 중요한 임계온도인 30도를 넘긴 날이 전체의 60%를 넘었다. 당초 1억6,200만 톤으로 예상됐던 대두 생산량 전망은 1억4,770만 톤으로 낮아졌고, 상파울루주에서는 대두 수확량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해법으로는 조기경보, 농업기상 정보, 물 관리, 내열성 품종과 가축 품종 개발, 농업 노동자 보호, 기후재정 확대가 제시됐다. 보고서는 폭염이 비교적 예측 가능한 재해라는 점에서, 사전경보에 기반한 선제 대응이 피해를 줄이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폭염이나 고온·건조 복합재해가 예상될 때 소규모 물 인프라와 가축 사료를 미리 공급하면 폐사와 생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적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보고서는 농식품 시스템이 받은 기후 관련 개발재정이 2023년 전체의 4%에 불과했다며, 소농과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정 지원과 공공·민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폭염 대응은 농업 부처나 기상당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건, 노동, 물관리, 재난안전, 산림, 수산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통합 거버넌스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 세계 농식품 시스템의 구조적 리스크로 기후적응을 서두르는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폭염으로 인한 생산 손실과 식량불안, 농업 노동 위기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