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태평양의 장기 변화, 미국·호주 산불 추세 갈랐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8-01 22: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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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의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대표적인 산불 다발 지역인 미국 남서부와 호주 동부에서는 서로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남서부에서는 최근 수십 년간 산불로 소실된 산림 면적이 급격히 증가한 반면, 호주 동부에서는 이와 같은 뚜렷한 증가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된 최근 연구는 이러한 차이에 열대 태평양의 장기적인 수온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테스 웨이핑 제이콥슨 NASA 고다드우주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엘니뇨와 라니냐뿐 아니라 열대 태평양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변화도 산불 위험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태평양 주변 지역의 기온과 강수량, 산불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기후 현상이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단기 변동을 넘어 1980년대 이후 서부 열대 태평양이 동부보다 빠르게 따뜻해진 장기적인 변화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1984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남서부와 호주 동부의 산불 피해 산림 면적과 기후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대규모 기후모델 시뮬레이션 결과와 결합했다. 특히 대기가 식물과 토양에서 수분을 얼마나 강하게 끌어당기는지를 나타내는 ‘증기압차(Vapor Pressure Deficit·VPD)’를 주요 지표로 활용했다. 증기압차가 커질수록 토양과 식생이 건조해져 산불 발생과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분석 결과 연구 기간 두 지역 모두에서 대기 건조도가 증가했으며, 그 대부분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난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열대 태평양의 장기적인 변화는 미국과 호주의 대기순환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면서 산불 피해 추세를 갈라놓았다.

미국 남서부에서는 산불로 소실된 산림 면적이 크게 증가했다. 남서부 내륙 지역은 연구 기간 3,000% 이상, 캘리포니아 대부분을 포함하는 해안 지역은 1,0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불 피해 증가의 주된 원인은 인간 유발 온난화에 따른 건조화였지만, 열대 태평양의 변화가 더해지면서 건조화와 관련된 산불 피해 면적이 약 22% 추가로 늘어났다.

반면 호주 동부에서는 태평양의 장기적인 변화가 온난화로 인한 건조화를 일부 완화했다. 연구진은 이 영향으로 호주 동부의 두 하위 지역에서 산불로 소실된 산림 면적이 온난화만 작용했을 때보다 약 19%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는 호주 동부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 기간 호주 동부의 대기 건조도 역시 증가했다. 태평양의 변화가 온난화 효과를 되돌린 것이 아니라 산불 위험의 증가 폭을 일부 낮춘 것이다. 호주 동부의 산불 피해 면적이 장기적으로 감소했을 가능성도 제시됐지만, 연구진은 이를 단정할 만큼 통계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미래 산불 전망에 남아 있는 불확실성도 지적했다. 최근 관측에서는 서부 열대 태평양이 동부보다 빠르게 따뜻해졌지만, 다수의 기후모델은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 태평양 동서 지역의 수온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까지 관측된 변화가 자연적인 기후 변동인지, 온실가스 증가에 대한 반응인지, 또는 두 요인이 결합한 결과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열대 태평양의 변화는 국제 산불 대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과 호주는 산불철이 서로 다른 점을 활용해 소방관과 항공기, 장비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 기간이 길어지면서 양국의 산불철이 겹치는 시기도 증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미래 산불 위험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평균기온 상승뿐 아니라 열대 태평양의 장기적인 수온 분포와 대기순환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의 느린 변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미국과 호주의 산불 시기와 피해 규모를 보다 정확히 전망하고, 소방 자원의 배치와 국제 협력체계도 선제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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