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바다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작은 규모의 난류가 해수면 상승, 어업, 극한 홍수, 탄소 흡수 등 지구 기후 시스템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심해의 변화는 매우 느리게 진행돼 수천 년 규모에서나 지표 기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생애 안에서도 중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연구에서 심해 난류가 열, 영양분, 탄소, 산소, 오염물질의 이동과 혼합을 좌우하며, 이러한 과정이 기후와 생태계에 빠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심해 난류는 바다 표면 아래에서 발생하는 작고 복잡한 물의 소용돌이와 혼합 현상이다. 규모는 작고 관측도 어렵지만, 이 난류는 심해와 표층 사이의 물질 교환을 조절한다. 심해에서 표층으로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해양 먹이사슬이 약화되고, 이는 어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심해에 저장된 열이 얕은 바다로 전달되는 방식은 남극과 북극의 빙하 융해, 해수면 상승, 폭풍 강도, 해안 홍수 위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기존에 수집된 물리·화학 관측자료를 결합해 소규모 난류가 열, 탄소, 영양소 분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기후모델은 심해 난류가 움직이는 속도와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저자인 케임브리지대 지구과학부의 알리 마샤예크 박사는 인간 사회와 직접 연결되는 세 가지 핵심 요인으로 해양 영양소와 생태계, 북극 변화, 남극 빙붕으로 유입되는 따뜻한 물의 혼합을 꼽았다. 해양 영양소 순환은 식량 안보와 연결되고, 북극 변화는 극한 날씨와 홍수에 영향을 미치며, 남극 주변 심층 해류의 혼합은 빙붕 하부로 따뜻한 물을 공급해 해수면 상승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후모델의 정확성을 평가하기 위해 클로로플루오로카본(CFC) 농도 자료도 활용했다. CFC는 오존층 파괴 물질로 1980년대 몬트리올 의정서 이후 규제됐지만, 과거 대기 중으로 방출된 흔적이 바닷물 속에 남아 있어 해수 이동을 추적하는 표지자로 활용된다.
연구 결과 일부 심해수는 불과 40년 만에 남극에서 중부 태평양과 북부 인도양까지 CFC를 운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심해가 탄소, 산소, 열, 오염물질을 인간의 생애와 맞닿은 시간 규모에서 대기와 교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염료를 활용한 실험에서도 기후모델과 실제 관측 사이의 큰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영국 인근 로칼 해구의 깊은 협곡에 염료를 주입하고 이동을 추적했는데, 염료가 하루에 최대 100m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모델 예측보다 약 1만 배 빠른 속도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현재 기후모델이 심해 난류의 핵심 영향을 신뢰성 있게 포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케임브리지대의 콜름-실 콜필드 교수는 “기후모델을 정책 결정자에게 더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물리 과정을 훨씬 더 잘 이해해야 한다”며 “이를 계산 효율적인 방식으로 모델에 반영하고, 더 많은 관측자료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해양 관측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글로벌 해양자료를 제공해온 해양관측 네트워크 예산과 운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장기 해양 관측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 관련 연구 인프라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는 심해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느린 기후 요소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양 깊은 곳의 보이지 않는 난류가 탄소 저장, 해양 생태계, 빙하 융해, 해수면 상승, 극한 기상까지 연결될 수 있는 만큼, 기후 예측과 해양정책에서 심해 관측과 난류 모델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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