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북극과 아한대 지역의 탄소 저장량을 보다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연구 성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이 기존 위성 기반 바이오매스 지도들의 정확성을 비교하고, 약 40년에 걸친 생태계 변화를 고해상도로 담은 새로운 데이터셋을 제시하면서 북방 생태계의 탄소 흡수·배출 변화를 분석하는 기반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알래스카와 캐나다를 포함한 지구 최북단 산림 지역은 지구 평균보다 두세 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 이 지역의 광대한 식생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바이오매스 형태로 탄소를 저장한다. 그러나 산불, 가뭄, 해충 피해 등 기후 관련 교란이 심화되면서 일부 지역은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타대학교 생물학자인 완완 량 연구원과 존 왕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두 편의 논문을 통해 북극·아한대 지역의 바이오매스 측정 방식을 개선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나는 기존 위성 기반 바이오매스 데이터셋의 신뢰도를 평가한 연구이며, 다른 하나는 1984년부터 2022년까지 북방 생태계의 변화를 연 단위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고해상도 바이오매스 지도를 소개한 연구다.
두 연구는 NASA가 15년간 수행해 온 ‘북극-보레알 취약성 실험’에서 비롯됐다. 이 프로그램은 북반구 고위도 지역 생태계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대규모 현장 연구 캠페인이다.
첫 번째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북미 북극·아한대 지역의 지상 바이오매스를 추정하는 데 사용되는 9개의 위성 기반 데이터셋을 비교 분석했다.
최근 원격탐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위성 이미지와 현장 측정 자료를 결합한 바이오매스 지도가 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셋마다 사용한 자료와 해상도, 분석 방법, 적용 범위가 달라 같은 지역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추정치를 제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량 연구원은 “현재 다양한 데이터셋이 존재하지만, 사용자가 어떤 자료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왕 교수도 “두 개의 지도가 같은 지역에 대해 완전히 다른 추정치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전문가가 아니라면 어떤 지도를 신뢰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팀은 단일한 최선의 지도를 정하기보다, 산불 영향 추적, 국가 탄소 예산 산정, 장기 생태계 변화 분석 등 목적별로 어떤 데이터셋이 더 적합한지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이를 바이오매스 지도 활용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로 설명했다.
두 번째 연구는 국제학술지 Remote Sensing of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NASA와 미국지질조사국의 랜드샛 위성 이미지, 항공 라이다 관측 자료, 미국과 캐나다 산림청의 산림 재고 자료를 결합해 1984년부터 2022년까지의 지상 바이오매스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이 데이터셋의 공간 해상도는 30m 수준으로, 야구장 내야 크기 정도의 작은 단위에서 발생하는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산불 같은 대규모 교란뿐 아니라 벌목, 토지 전환, 국지적 산림 손실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바이오매스 지도가 북방 생태계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매스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지역을 추적하면 가뭄, 산불, 인간 활동, 온난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 등이 산림 탄소 저장량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과 아한대 산림은 그동안 기후변화 완화의 잠재적 완충지대로 여겨져 왔다. 기온 상승이 식물 생장을 촉진해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생태계 반응은 단순하지 않다. 온난화는 식물 생장을 늘릴 수 있지만, 동시에 산불의 빈도와 강도, 해충 발생, 가뭄 스트레스, 산림 고사를 증가시킬 수 있다.
왕 교수는 “북방 산림이 따뜻해지면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량 연구원 역시 “식물이 죽기 시작하면 더 이상 탄소를 흡수하지 못하고, 이후 분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방출돼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기후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국가 탄소 회계를 보고할 때 생태계 탄소 저장량 추정치에 의존한다. 그러나 데이터셋마다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으면 탄소 흡수량과 배출량 산정의 불확실성도 커진다.
고해상도 바이오매스 지도는 산불 대응과 토지 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다. 특정 지역에 저장된 바이오매스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면 산불 발생 시 손실될 수 있는 탄소량을 추정하고, 고위험 지역을 사전에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이번 연구는 북극과 아한대 생태계가 기후변화 속에서 탄소 흡수원으로 남을지, 아니면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될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관측 기반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밀한 바이오매스 지도와 데이터셋 비교 지침은 향후 탄소 회계, 산불 위험 평가, 기후정책 수립의 핵심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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