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 소규모 농장, 물 부족 지역의 농업용수 수요 좌우한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5-31 22: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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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로 미국 남서부의 가뭄이 심화되는 가운데, 물 부족 지역의 농업용수 수요가 일부 대규모 농장만이 아니라 수천 개의 소규모 농장에 의해 집단적으로 형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멕시코대학교 연구진은 뉴멕시코 중부 리오그란데 분지에서 관개 농업이 어떤 방식으로 물을 소비하는지 분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Sustainability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소규모 농장과 대규모 상업 농장의 물 사용 구조를 비교하고, 건조지 지역의 향후 물 관리와 보전 전략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는 뉴멕시코대 경제학과 연구진에 의해 수행됐으며 연구팀은 중부 리오그란데 분지의 농업용수 사용이 소수 대형 농장보다 수많은 소규모 관개 농가의 누적된 선택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뉴멕시코를 비롯한 건조 지역이 기후 변동성 확대, 물 공급 감소, 농업·도시·환경 부문 간 물 수요 경쟁 심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리오그란데 수계는 이미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농업용수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하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연구진은 위성 기반 증발산 자료, 작물 지도, 지하수 우물 기록, 농업 인구조사 자료, GIS 공간분석 도구를 결합해 2021년 극심한 가뭄 시기의 관개 농업 현황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유역 전반에서 어떤 농장이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얼마나 많은 물을 소비하는지를 보다 세밀하게 파악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소규모 농장의 누적 물 사용량이었다. 대규모 상업 농장은 개별 단위로 보면 더 많은 물을 쓰지만, 유역 전체에는 수천 개의 소규모 관개 농가가 존재한다. 이들의 물 사용량을 모두 합치면 전체 농업용수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천 개의 소규모 관개 농가는 유역 내 증발산량의 55.9%를 차지했다. 이는 농업용수 수요가 대형 농장 중심으로만 발생한다는 일반적 인식과 다른 결과다.

연구를 주도한 올로핀사오 박사는 “가장 놀라운 결과는 매우 작은 농장들에서 발생한 누적 물 사용량이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몇몇 대규모 농장이 농업용수 수요를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수천 개 소규모 관개 농가가 유역 증발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작물별로는 알팔파와 건초 작물의 물 사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다. 연구진은 이들 작물이 유역 전체 작물 물 사용량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알팔파와 건초는 물 부족 시 완전한 증발산 수요보다 적은 물을 공급하는 ‘부족관개’에도 상대적으로 견딜 수 있는 작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물 공유 체계가 유연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특정 작물의 높은 물 수요가 전체 물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하수 접근성의 격차도 확인됐다. 대규모 상업 농장은 관개용 우물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가뭄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반면 상당수 소규모 농장은 주로 지표수 공급에 의존하고 있어 물 부족에 더 취약한 구조를 보였다.

연구진은 중부 리오그란데 분지의 농업을 단순한 상업적 생산 활동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많은 소규모 농장은 가족 전통, 문화유산, 개방 공간 보전, 지역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농지는 경제적 생산 공간인 동시에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 경관을 유지하는 기반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물 절약 정책도 대규모 농장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연구팀은 정책 입안자와 물 관리 기관이 농업용수 사용자 간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보전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발적 휴경 프로그램, 계절별 부족관개, 물 임대 전략 등이 그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러한 방식은 농업 공동체를 유지하면서도 물 수요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뉴멕시코를 넘어 지하수 고갈, 하천 유량 감소, 기후 변동성 증가를 겪는 전 세계 건조지 지역에도 시사점을 준다. 물 부족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효율성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문화와 경제, 토지 이용 방식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건조지 지역의 물 문제는 기술적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문제”라며 “중부 리오그란데 분지의 미래는 물 사용을 줄이면서도 뉴멕시코를 형성해 온 농업 전통과 경관, 지역사회를 보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해법을 찾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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