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위성자료 한데 모아 지구 물순환 추적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28 22: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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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난 20여년간 서로 다른 위성이 관측한 수증기 동위원소 자료를 하나의 체계로 표준화한 공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다. 위성별로 관측기간과 고도, 자료 형식이 달라 그동안 직접 비교하기 어려웠던 자료를 통합함으로써 지구 규모의 물순환과 수분 이동, 가뭄·강수 변화 등을 보다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라이스대학교 연구진을 중심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과 일본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8개 위성 임무의 수증기 안정동위원소 관측자료를 통합한 ‘WISO-SAT’를 구축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Scientific Data에 발표됐다.

WISO-SAT에 포함된 위성 임무는 SCIAMACHY, GOSAT, GOSAT-2, TROPOMI, TES, AIRS, CrIS, IASI 등 8개다. 연구진은 2002년부터 2024년까지 각 위성이 관측한 수증기 속 안정 수소동위원소 자료를 공통 형식으로 변환했다.

물 동위원소는 물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추적하는 일종의 지문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물 분자 H₂O뿐 아니라 수소 원자 가운데 하나가 무거운 수소인 중수소(deuterium)로 바뀐 HDO 등이 자연에 함께 존재한다. 증발과 응결, 강수 과정에서는 가벼운 물과 무거운 물이 서로 다른 비율로 이동하기 때문에 수증기의 HDO와 H₂O 비율을 분석하면 물의 기원과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대륙으로 이동하고 구름을 형성한 뒤 비나 눈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동위원소 비율이 지속적으로 변한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수증기 동위원소를 측정하면 수분이 어느 지역에서 공급됐는지, 대기 중에서 어떤 이동과 강수 과정을 거쳤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물 동위원소는 구름과 강수 형성, 수분 수송, 증발, 대기순환 등을 분석하는 중요한 도구로 이용돼 왔다. 문제는 위성마다 관측방식이 달랐다는 점이다.

라이스대학교의 맘피 사르카르 연구원은 위성들이 기본적으로 같은 수증기 동위원소를 측정하더라도 각 임무가 서로 다른 과학적 목적에 맞게 설계되면서 자료의 형식과 공간해상도, 관측고도, 측정기간 등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두 개 이상의 위성 자료를 함께 분석하려는 연구자는 실제 과학적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자료를 내려받아 형식을 맞추고 품질을 확인하는 작업부터 수행해야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경우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위성 자료를 비교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여러 연구자가 각자 동일한 전처리 작업을 반복할 가능성도 있었다.

WISO-SAT는 이러한 문제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위성별 원자료를 수집한 뒤 공통 격자와 변수 이름, 메타데이터 형식을 적용했다. 자료는 각각 1도×1도와 5도×5도 공간해상도의 월별 격자자료로 제공된다. 수증기 중 안정 수소동위원소 비율인 δD와 수증기 농도뿐 아니라 가능한 경우 불확실성과 품질관리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위성 장비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차이를 줄이기 위한 편향 보정과 불확실성 평가도 적용됐다. 다만 모든 위성 자료를 완전히 하나의 동일한 관측값처럼 합쳐놓은 것은 아니다. 각 위성의 관측 특성과 원래 자료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비교와 분석이 가능하도록 공통된 체계를 적용한 방식이다. 이 같은 표준화는 장기간의 물순환 변화를 연구하는 데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위성의 관측기간을 연계하면 단일 위성의 수명보다 긴 기간에 걸쳐 수증기와 동위원소 변화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계절별 물순환의 변화뿐 아니라 수십 년 규모의 기후변동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활용 가능성도 넓다. 엘니뇨와 라니냐가 발생할 때 열대 태평양에서 수증기 공급과 이동경로가 어떻게 바뀌는지 분석할 수 있고, 대기 중에 좁고 긴 형태로 막대한 수증기를 운반하는 ‘대기하천(atmospheric river)’이 어디에서 수분을 공급받아 이동하는지도 추적할 수 있다.

구름 형성과 비의 생성·증발 과정, 산림전용 이후 지역 물순환의 변화, 토양수분과 대기의 상호작용 등을 연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라이스대 연구진은 엘니뇨·라니냐와 구름 형성, 수분수송, 산림전용, 토양수분 등이 WISO-SAT를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연구주제라고 설명했다.

기후모델 검증에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물 동위원소의 이동과 변화를 계산하는 ‘동위원소 결합 기후모델’이 활용되고 있는데, 실제 위성에서 관측한 장기간의 동위원소 자료와 모델 결과를 비교하면 지구 물순환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모의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지상관측이 어려운 해양과 극지방, 사막 등에서도 위성은 반복적으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이스대 실비아 디 교수는 위성이 현장 연구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을 관측할 수 있으며 장기간 일관된 자료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자료가 지구 전체 물순환을 이해하는 데 활용되려면 여러 위성의 관측값을 서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WISO-SAT는 향후 새로운 자료가 추가될 수 있도록 데이터 처리 과정도 공개했다. 연구진은 자료를 격자화하고 표준화하는 데 사용한 전처리 코드와 방법을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공개했다. 다른 연구자가 새로운 수증기 동위원소 자료를 확보할 경우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해 기존 자료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데이터 저장소에는 실제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예제 코드와 위성자료의 편향을 보정하는 방법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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