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해법, 기존 모델만으로는 부족…과학자들, 새 미래 시나리오 필요성 제기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5-17 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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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 불평등 심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현재 널리 활용되는 글로벌 미래 시나리오와 모델이 위기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학자들은 기존 모델이 지금의 위기를 만든 경제 체제와 거버넌스, 사회적 규범을 전제로 삼고 있어, 근본적 전환보다 점진적 변화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지구위원회(Earth Commission)와 협력하는 과학자들은 최근 국제학술지 One Earth에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가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단순한 감축 경로를 넘어, 안전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 권력관계, 자연과 인간의 관계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로라 페레이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워터스랜드대 글로벌변화연구소 교수 겸 스톡홀름 회복탄력성센터 연구자는 “현재 많은 글로벌 시나리오는 현재의 구조를 실제로 바꾸지 않은 채 미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효과적인 경로를 찾으려면 다양한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 모델, 다양한 권력 구조, 사람과 자연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탐구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문제는 오늘날 세계가 하나의 위기만을 겪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사회적 불평등은 서로 얽혀 있으며, 한 영역의 변화가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기존 모델은 이러한 상호작용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고, 권력·제도·가치의 변화가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페레이라 교수는 지구위원회 위원 23명 중 한 명이다. 지구위원회는 세계 최대 지속가능성 연구 네트워크인 퓨처 어스(Future Earth)가 소집한 국제 과학자 네트워크로, 깨끗한 공기와 물, 생물다양성, 안정적인 기후 등 인류와 생명체가 번성하기 위해 지켜야 할 지구 시스템의 핵심 한계를 규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기후정책과 국제협상에서 널리 활용되는 모델에는 통합평가모델(IAM)이 포함된다. 이 모델들은 대기, 해양, 생태계, 경제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배출량 증가나 토지 이용 변화, 새로운 정책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쓰인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러한 모델이 중요한 제약을 안고 있다고 봤다. 경제성장과 기술 전환을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 사회적 정의나 권력 불균형, 지역 공동체의 관점, 생태적 관계의 변화 등은 부차적으로 다뤄지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의 관점에서 이 문제는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논문은 아프리카가 자체적인 통합평가모델을 갖추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아프리카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생태적 현실이 글로벌 시나리오 안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현재의 시나리오와 모델 결과가 IPCC, IPBES, 유엔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등 주요 국제 평가와 협상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시나리오가 누구의 이익을 반영하는지,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지, 누구의 목소리가 배제되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정책 역시 불완전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연구진은 새로운 세대의 ‘통합적 변혁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이는 기후 목표와 생물다양성 목표, 형평성 목표를 함께 고려하고, 원주민과 지역사회, 글로벌 사우스 연구자 등 더 넓은 주체들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식의 시나리오다.

논문은 이를 위한 연구 의제로 글로벌 사우스가 주도하는 ‘시나리오 사무국’ 설립을 제안했다. 이 사무국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다양한 학문 분야와 대안적 경제 사고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미 일부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자연 중심 시나리오, 성장 이후 경제 모델, 정의 중심 모델 비교 프로젝트, 지구위원회의 변혁 경로 연구 등이 그 사례다. 이들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공정한 미래를 구상하는 방향으로 기존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이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적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환기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안전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질문이 ‘어떤 기술을 쓸 것인가’에 그쳐서는 안 되며,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누가 결정하고 누가 혜택을 받을 것인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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