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탈탄소 산업협력 확대 모색

공급망 안정·해상풍력·에너지 효율·순환경제 통해 새 시장 창출 기회로 봐야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5-19 21: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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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에너지 안보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유럽연합(EU)이 탈탄소 산업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지난 5월 19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EU-한 청정에너지 기술포럼에서는 EU의 규제 간소화와 인허가 절차 개선, 금융 인센티브,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해상풍력과 에너지 효율 협력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이번 행사는 20일부터 개최되는 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을 앞두고 열려 사전행사로의 의미를 가졌다. 



케르스틴 요르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성장총국 총국장은 한국을 공급망 회복력과 경제안보를 함께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공급망에는 신뢰할 수 있는 원자재와 시장 접근이라는 산소가 필요하다”며 한국과 EU가 배터리, 핵심 원자재, 희소금속 재활용, 청정기술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이미 EU 내 배터리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만큼, 원재료 확보부터 양극재·음극재, 배터리 제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함께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U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 간소화와 행정 절차 가속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EU 차원의 규정이 존재하더라도 27개 회원국의 행정 절차가 제각각이어서 기업들이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EU는 핵심 원자재의 채굴·정제·재활용, 배터리와 청정기술 생산 분야에서 단일 창구, 디지털 절차, 명확한 처리 기한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금융 지원 역시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위험분담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과제도 주요하게 논의됐다. 참석자는 AI와 첨단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계통 연결을 기다리는 사례도 많아 전력망 확충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석탄화력 등 기존 발전 설비의 조기 퇴출 비용, 신규 발전소 건설비, 계통 보강비까지 더해지면서 무탄소 에너지 전환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해상풍력은 한-EU 협력의 대표 분야로 제시됐다. 해상풍력이 단순한 재생에너지 확대 수단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분야라는 것. 한국은 해상풍력에 활용할 수 있는 해양 공간이 크지만 실제 보급은 아직 제한적이며, 발전 비용은 터빈 가격보다 규제와 인허가 절차에 크게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EU가 축적한 해상풍력 터빈, 구조물, 운영·정비, 금융, 보험, 규제 경험과 한국의 건설·IT 기반 운영 역량이 결합하면 협력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효율 역시 산업·농업·주거 전반에 걸친 협력 의제로 떠올랐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ropean Chamber of Commerce in Korea) 측은 네덜란드의 고효율 온실 기술을 예로 들며 한국의 시설농업과 유럽 기술이 결합하면 농업 부문에서도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주거 부문에서는 북유럽의 단열, 창호, 화재 안전형 건축자재 기술이 한국 아파트와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물, 폐기물, 에너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실용적 해법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베올리아 코리아의 에르베 프노 대표이사는 “지속가능성은 별도의 과제가 아니라 사업의 핵심”이라며, 앞으로 환경 서비스는 탈탄소화, 자원 재생, 오염 저감이 결합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올리아는 한국에서 25년간 사업을 이어오며 45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수처리와 폐기물 처리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과 전력 유연성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베올리아 코리아 프노 대표

프노 대표는 농심의 바이오매스 보일러 도입, 제약사의 폐수처리 설비 개선과 바이오가스 활용, 제지산업의 고형폐기물연료 활용 스팀 생산 사례를 소개하며 “최적의 해법은 현장마다 다르다”고 강조했다. AI 활용에 대해서도 대규모 범용 인공지능보다 현장 운영자를 돕는 실용적 AI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베올리아는 현장 단위의 AI 에이전트를 통해 운영자와 소통하고 판단을 지원하는 방향을 강조했다. 이는 기계가 모든 결정을 대신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 책임자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이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탄소중립을 규제 준수 차원에 머물게 하지 말고 산업 경쟁력 강화와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한국과 EU는 기후 대응, 공급망 안정, 에너지 안보, 산업 전환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참석자들은 양측이 규제 조화, 금융 지원, 기술 협력, 전력망 확충, 에너지 효율 개선을 함께 추진할 경우 탈탄소 전환은 비용 부담을 넘어 새로운 시장과 산업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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