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후위기 ‘감축’ 넘어 ‘적응’ 입법 속도…토론회 이어 국회 공청회까지

취약계층 보호·기후보험·위험평가·거버넌스 쟁점 부상…전문가들 “탄소중립기본법만으론 한계”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4-26 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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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위기가 일상화되면서 국회 안팎에서 ‘기후적응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논의가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과제 토론회’를 연 데 이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3월 12일 ‘기후적응법안에 관한 입법공청회’를 개최하며 관련 입법 논의를 본격화했다. 토론회가 기후적응법 제정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자리였다면, 공청회는 여야가 발의한 4개 특별법안을 놓고 법체계와 정책 수단을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단계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증하는 기후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AI생성형 이미지
조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실태 파악과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현행 제도 아래서는 기후적응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토론회는 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안’의 후속 논의를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른바 기후적응법은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우리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독립적인 법적 근거를 말한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감축에 집중되어 있어, 급증하는 기후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는 데서 나온 의견이었다.

 

신지영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기후적응정책실장은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 적응이 다루는 영역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현행 탄소중립기본법만으로는 기후적응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별도의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12일 국회 공청회에서도 반복 확인됐다. 현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만으로는 복합·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어렵고, 기후적응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파악한 것이다.

4개의 기후적응 관련 특별법안 제출돼

실제 공청회에 오른 법안들은 모두 같은 출발점에서 출발했다. 현재 국회에는 임이자 의원안, 차지호 의원안, 김소희 의원안, 조지연 의원안 등 4개의 기후적응 관련 특별법안이 제출돼 있다. 네 법안 모두 기후위험 평가, 취약성 조사, 적응정보 관리, 취약계층 보호를 공통 축으로 삼고 있지만, 세부 강조점은 다르다. 임이자 의원안은 적응정보체계 구축에, 차지호 의원안은 기후위험 평가와 거버넌스 강화에, 김소희 의원안은 기후보험 제도 도입에, 조지연 의원안은 기후회복력 강화에 각각 방점을 찍고 있다. 즉, 적응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넓지만, 어떤 수단과 구조로 제도를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도 이 같은 입법 쟁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좌장을 맡은 송영일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과 함께 토론에 나선 남상욱 서원대 교수,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기후변화법제팀장,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채원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적응과장은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에는 대체로 뜻을 같이했다. 남 교수는 “기후적응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기후보험”이라며 향후 별도의 기후보험법 제정 가능성까지 언급했고, 장 팀장은 기후적응 정책을 지표화·체계화할 수 있는 별도 제정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 조사관은 적응 문제가 에너지 정책과도 긴밀히 연결된다고 봤고, 이 과장은 감축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체계적인 적응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 역시 “기후위기가 이미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기존 법체계만으로는 대응과 적응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적응은 국가 안전과 국민 생존을 위한 핵심정책
이 같은 논의는 공청회에서 보다 입체적으로 확장됐다. 김록호 전 WHO 과학부 표준국장은 기후변화 대응이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중심으로 이뤄져 왔지만, 기후위기가 심화된 지금 기후적응은 국가 안전과 국민 생존을 위한 핵심 정책 영역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제사회 역시 국가 기후위험 평가, 취약성 분석, 정책 주류화, 적응 정책 실행, 정책 평가 및 개선을 적응 체계의 기본 틀로 보고 있다며, 한국 역시 체계적인 국가 기후적응 법제와 정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재난·안전, 수자원, 농업, 도시계획, 보건 등 여러 부문에서 기후영향에 개별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기후위험은 행정구역과 부처 경계를 넘어 동시에 나타나는 만큼 분절적 대응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주요 공공기관에 ‘기후적응 책임관’을 두고, 광역 차원의 협의체를 통해 유역 단위 홍수 대응이나 광역권 폭염 대응 같은 현안을 공동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생성형 이미지 

신지영 실장도 공청회에서 별도 기후적응법 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이미 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추진 중이고, 17개 광역시·도와 다수 공공기관이 적응대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감축과 녹색성장이 중심이어서 적응정책을 실효성 있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후적응법에는 기후영향, 기후취약성, 기후위험, 기후회복력, 기후취약계층 등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적응정보 체계를 구축하며, 위험 파악-예측-대책 수립-이행-평가-환류로 이어지는 ‘적응 주기’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행정 전반에 기후적응을 반영하는 주류화 평가, 민간과 산업계의 참여 유도, 취약계층 보호와 기후격차 해소, 교육·홍보와 연구개발 지원도 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정부 적응계획과 사업 추진 재정 매칭 지원 필요
지방정부의 역할과 재정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찬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후위기 영향이 지역별·계층별로 매우 불균등하게 나타나고, 피해가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에 집중되는 만큼 지방정부가 핵심 행위자이지만 재정과 행정역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의 재정지원과 보조사업 확대, 취약지역 대응을 위한 특별교부금 또는 기후적응 재정지원 명시, 지방정부 적응계획과 사업 추진에 대한 국가 재정 매칭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문별·지역별 기후위험지도 작성, 기후위험평가 정례화, 주요 국가·지역계획에 대한 적응정보 반영, 적응지표와 진척도 관리,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환류 시스템 구축 등 데이터 기반의 정책 의사결정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공=김소희 의원실 

기후보험을 둘러싼 시각은 공감과 신중론이 함께 나타났다. 토론회에서 남상욱 교수가 기후보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반면, 12일 공청회에서 김록호 전 국장은 기후보험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과 개인에게는 유효한 위험관리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후보험은 보조적 수단으로 검토하되, 기본 구조는 공공재정 기반의 기후적응 정책이어야 하며, 국가 기반시설 보호와 취약계층 보호, 사회적 형평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이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사회안전망’과 ‘시장형 위험관리 수단’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임을 보여준다.
 

결국 토론회와 공청회는 각각 기후적응법의 필요성을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 안에서 공론화했으며, 그 논의를 여야 4개 법안 비교와 전문가 진술을 통해 제도 설계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자리였다. 핵심은 분명하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현재의 국가 리스크이며, 감축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선 과학 기반의 위험평가, 취약계층 보호, 범부처 거버넌스, 지방재정 지원, 적응정보 플랫폼, 성과평가 체계를 갖춘 별도 법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국회의 과제는 법안의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를 실제 입법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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