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도시의 나무와 녹지가 주변 건축 밀집 지역보다 기온을 크게 낮추고, 폭염으로 인한 열 노출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도시 나무를 단순한 경관 요소가 아니라 공중보건과 기후 회복력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시설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리즈대학교와 리즈베켓대학교 연구진이 리즈 전역의 기온과 습도를 측정한 결과, 공원과 정원, 도시 숲 등 녹지 공간은 도로와 건물로 뒤덮인 이른바 ‘회색 공간’보다 전반적으로 더 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나무가 밀집한 지역은 인근 번화가와 비교해 평균 약 1.4도 낮았으며, 여름철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최대 5도까지 기온 차이가 벌어졌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피플 앤 네이처(People and Natur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짐 파커 박사의 ‘영국 나무 경관의 미래 펠로우십’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도시 나무가 단순히 기온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에 해로운 수준의 열에 노출되는 시간을 크게 줄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분석 결과 나무가 있는 공간에서는 인근 도로와 건축 지역보다 유해한 열 노출 시간이 최대 96% 짧았다. 이는 도시 내 나무 덮개를 확대하는 것이 폭염 피해와 온열질환 위험을 줄이는 직접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2023년과 2024년 여름 동안 리즈 전역에 센서망을 설치하고 15분 간격으로 기온과 습도를 측정했다. 센서는 교통량이 많은 거리와 소규모 도심 공원, 대형 교외 공원, 도시 숲, 소규모 나무 군락 등 다양한 환경에 배치됐다.
리즈 북부 게어 우드 지역의 성숙한 나무에도 센서를 설치해 도시 외곽의 나무 경관 자료를 수집했다. 연구진은 장소별 관측치를 비교해 여름철 기온이 도시 구조와 나무 밀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나무의 냉각 효과는 주로 그늘과 증발산 작용에서 비롯된다. 나무는 햇빛을 차단해 지표면과 건물의 가열을 줄이고,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잎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물이 증발하며 주변의 열을 흡수해 공기를 식힌다.
최근 폭염 기간의 관측에서도 도시 숲의 냉각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리즈 도심 기온이 34도까지 상승한 6월 26일, 우드하우스 리지의 배티 우드는 도심보다 6도 이상 낮았고, 라운드헤이의 폭스 우드도 약 5.5도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리즈베켓대학교 헤딩리 캠퍼스 건물 옥상의 기상관측소에서 32.8도가 측정됐을 때, 수백 미터 떨어진 처치 우드의 기온은 27.3도에 그쳤다. 가까운 거리에서도 나무 덮개 유무에 따라 5도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영국의 여름철 기온과 폭염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도시 숲과 가로수, 공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짐 맥쿼이드 리즈대학교 교수는 “영국에서도 이미 기후변화가 여름철 기온에 미치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도시 전역에 설치된 센서 자료를 활용하면 폭염이 어느 지역에 집중되고, 어떤 녹지가 냉각에 효과적인지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다만 단순히 나무 수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그늘과 녹지를 배치해야 한다고 봤다. 주거 밀집 지역이나 보행로, 학교, 병원, 대중교통 정류장 등 폭염 취약계층의 이용이 많은 공간을 우선적으로 녹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짐 파커 리즈베켓대학교 박사는 “나무를 심고 기존 나무를 보호하는 것은 기후가 계속 따뜻해지는 상황에서 도시를 더 안전하고 건강하며 쾌적하게 만드는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도시 나무가 미관 개선을 넘어 폭염 피해를 줄이는 기후 적응 수단임을 보여준다. 도시계획과 재개발 과정에서 나무 덮개를 보존하고 확대하는 정책이 시민의 건강과 도시의 장기적인 기후 대응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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