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도시의 불필요한 야간조명을 줄이면 식물의 계절 주기도 자연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간조명 저감정책을 시행한 미국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인공조명, 특히 청색광 대역이 감소했으며 식생이 봄철에 지나치게 일찍 푸르게 변하거나 가을철 녹색을 늦게까지 유지하는 현상도 상대적으로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연구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수집된 위성자료를 이용해 정책 시행 도시와 비교 도시를 분석한 관찰연구다. 연구 결과를 조명정책이 식물계절 변화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거나 도시 생태계 전체가 회복됐다고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린 멍 교수 연구팀은 야간조명 저감정책이 실제 도시의 빛 환경과 식물의 계절 주기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8월 4일 국제학술지 《PNAS Nexus》에 「인공 야간조명 완화: 정책의 효과와 식물계절학적 의미」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인공 야간조명(Artificial Light At Night·ALAN)은 가로등과 건물 외벽 조명, 광고판, 상업시설, 자동차 전조등 등에서 발생해 자연적인 밤의 어둠을 밝히는 인공 빛을 뜻한다. 도시의 야간조명은 보행과 교통안전, 범죄 예방, 야간 경제활동 등에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의 밝기와 부적절한 방향, 장시간 점등은 빛공해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LED 조명이 확산하면서 에너지 효율은 높아졌지만 청색광 성분이 많은 백색 LED가 도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에 일부 도시는 조명이 하늘이나 주변 녹지로 퍼지지 않도록 등기구를 차폐하고, 이용자가 적은 심야에는 밝기를 낮추는 적응형 조광을 도입하고 있다. 조명의 광출력을 줄이거나 청색광 비중이 낮은 따뜻한 색온도의 조명을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연구팀은 뉴욕과 뉴저지주 뉴어크, 워싱턴 D.C.와 필라델피아를 각각 비교했다. 두 도시군 가운데 뉴욕과 워싱턴 D.C.는 야간조명 완화 대책을 시행한 도시이며, 뉴어크와 필라델피아는 별도의 적극적인 완화정책이 없는 인접 비교 도시로 선정됐다.
연구에는 중국과학원이 2021년 11월 발사한 지속가능발전 과학위성 1호(SDGSAT-1)의 2022∼2024년 야간조명 자료가 활용됐다. 이 위성의 미광 이미저는 적색·녹색·청색 대역을 구분할 수 있어 도시 전체의 밝기뿐 아니라 조명의 색상 구성 변화까지 분석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뉴욕과 워싱턴 D.C.에서는 야간조명 저감정책이 시행된 뒤 인공조명이 감소했으며, 특히 청색광 대역에서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뉴어크와 필라델피아에서는 같은 기간 이와 같은 감소 추세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차폐형 등기구와 조광장치, 광출력 감소, 조명 색온도 조절 등의 대책이 도시의 실제 야간 빛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조명정책의 시행 여부가 주로 시설 교체 실적이나 에너지 사용량으로 평가됐지만, 이번 연구는 위성자료를 통해 도시 단위의 조명 변화와 식생의 반응을 함께 살펴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
린 멍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미국 전역의 낙엽성 목본식물 연구에서는 야간조명이 강한 지역의 식물이 조명이 거의 없는 지역보다 봄철 눈을 평균 8.9일 일찍 틔우고, 가을철 잎 색깔은 평균 6일 늦게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야간조명 완화정책을 시행한 도시에서 이러한 계절 변화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과 워싱턴 D.C.에서는 봄철 식생의 녹색도 증가 시점이 비교 도시만큼 크게 앞당겨지지 않았으며, 가을철 녹색도 감소 시점도 상대적으로 덜 지연됐다.
인공조명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좋거나 나쁘다고만 구분하기 어렵다. 일부 식물은 야간조명을 이용해 광합성 시간을 늘리거나 생장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조명 강도가 충분한 곳에서는 생체량과 성장 속도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시설원예나 식물공장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인공조명으로 작물 생산성과 수확 시기를 조절한다.
그러나 관리되는 농업시설과 다양한 생물이 연결된 자연 생태계는 상황이 다르다. 잎이 일찍 나오고 늦게 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식물이 더 건강해지거나 생태계의 탄소흡수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야간조명은 식물의 광합성뿐 아니라 호흡과 수분 사용, 영양분 배분, 휴면 준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야간조명 저감정책을 시행한 도시에서 인공조명, 특히 청색광 대역이 감소하고 식생의 봄철 녹화와 가을철 노화 시점이 자연적인 계절 주기에 가까워질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위성자료에 기반한 단기간의 도시 비교연구이기 때문에 조명정책이 식물계절 변화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하거나 생태계 전체의 회복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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