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26년 EPR 제도, 생산자 책임 더 촘촘해졌다

포장 설계부터 실적 신고, 분담금·부과금까지 전 과정 관리 강화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6-19 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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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026년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은 단순히 “재활용을 잘하자”는 권고를 넘어, 제품과 포장재를 시장에 내놓는 생산자와 수입업자에게 회수·재활용 책임을 보다 분명하게 부여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PR은 1990년대 예치금 제도에서 출발해 2003년부터 본격 전환되어 시행되며 제품·포장재의 제조업자와 수입업자, 유통판매업자에게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부과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자리잡았다. 본지는 2026년 들어 바뀌는 EPR제도와 실효성, 한계 등을 짚어보았다.

관리 대상, 대폭 광범위해져


EPR 제도는 더 이상 폐기 단계만 관리하는 제도가 아니다. 생산, 판매, 소비,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 체계로 보고,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순간부터 생산자 책임이 작동하도록 설계돠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관리 대상이 대폭 광범위해졌다는 것이다. EPR 대상은 크게 포장재와 제품, 그리고 완구류까지 포괄한다. 포장재에는 종이팩, 금속캔, 유리병, 합성수지 재질 포장재, 발포합성수지(EPS) 스티로폼, 단일·복합 재질 포장재 등이 포함된다. 제품군도 넓다. 전지류, 타이어, 윤활유, 조명 제품, 양식용 부자, 곤포사일리지, 김밥용기, 산업용 필름, 고체용 정수기 필터, 로프, 안전망, 어망, 폴리에틸렌관, 플라스틱 운반상자, 비닐, 건축용 단열재, 전력·통신선, 자동차 유리코팅용 부품 등이 대상이다. 여기에 필름류 제품 5종과 일정한 조건의 완구류도 포함돼, EPR 제도가 생활형 포장재를 넘어 산업용 합성수지 제품까지 관리 범위를 넓혔다.

애초에 재활용이 쉬운 제품과 포장재를 만들어야
완구류에 대한 설명도 세밀하다. 이번에 바뀐 제도는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상 안전확인대상 어린이제품 가운데 ‘완구’로 지정되는 품목을 대상으로 하되, 파티완구와 봉제인형은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동시에 전기를 사용하는 완구는 EPR이 아니라 환경성보장제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고, 플라스틱 재질을 썼더라도 요건에 따라 폐기물부담금 제도로 가는 경우도 있어, 기업이 자사 품목이 어느 제도 대상인지 정확히 판별해야 한다고 했다. 즉, 단순히 “플라스틱 완구냐 아니냐”가 아니라, 전기사용 여부와 안전확인 대상 여부, 재질 구성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포장재에 대해서는 재질·구조 평가 제도도 함께 강조된다. 2019년 말부터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가 도입됐으며, 생산자가 재활용의 용이성을 고려해 포장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질과 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EPR이 단순 사후 처리 비용 부담 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애초에 재활용이 쉬운 제품과 포장재를 만들도록 압박하는 정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합하면, 앞으로의 EPR은 ‘배출 후 처리’보다 ‘출시 전 설계’의 중요성을 더 크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EPR 행정, 신고보다 입증 중심으로
증빙자료 관리도 한층 중요해졌다. 개정된 제도는 출고·수입량 증빙을 위해 제품수불부와 수입신고필증 등을 반드시 첨부해야 하며, 규모미만 사업장으로 재활용의무 면제를 받으려는 경우에도 손익계산서, 부가세표준증명서, 수입실적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의무대상으로 확인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원료를 사용해 의무량 감경을 받으려는 경우에는 재활용원료 사용실적서, 사용량 산출 기초자료, 원료 생산자 확인 자료, 세금계산서와 원료수불부 등까지 갖춰야 한다. EPR 행정이 점점 ‘신고’보다 ‘입증’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공=공제조합

비용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재활용의무 이행을 위해 내는 돈이 ‘재활용분담금’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돈은 ‘재활용부과금’이라고 구분한다. 분담금은 출고·수입량과 해당 연도 재활용의무율, 분담금 단가를 바탕으로 산정된다. 반면 재활용부과금은 미이행량, 재활용 기준비용, 다음 해 재활용비용 산정지수, 그리고 미이행 가산율을 곱해 산출되며, 미이행률에 따라 최대 30%까지 가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제도 밖에 머무르는 비용이 제도 안에서 의무를 이행하는 비용보다 더 커질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또한 최근 제도 변화 가운데 핵심은 폐플라스틱 재활용원료 사용에 따른 의무량 감경 폭이 커졌다는 점이다. 관련 고시 개정에 의하면 재활용원료 사용량 인정 한도가 2022년 5%, 2023년 10%, 2024년 15%에서 2025년도부터는 제품·포장재 출고량의 최대 20%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사)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 제시한 2025년 말 기준 추정 실적에 따르면 2025년도 재활용의무량 달성률은 총량 기준 107.0%로 예상된다. 품목별로는 금속캔 103.2%, 유리병 100.0%, PET병 101.3%, 발포수지 112.2%, 기타 합성수지 114.5%로 제시된 반면, 종이팩은 61.2%에 그쳤다. 전체적으로는 기준을 넘겼지만 세부 품목 간 편차가 크다는 뜻이며, 특히 종이팩처럼 회수·재활용 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품목은 여전히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적위주보다 얼마나 순환가능한지에 초점
결과적으로 보면 2026년 EPR 제도는 단순한 행정 신고 체계가 아니라, 설계–출고–수입–회수–재활용–증빙–분담금·부과금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관리 체계가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는 더 이상 제품을 판매한 뒤 책임을 끝낼 수 없고, 어떤 재질로 만들었는지, 얼마나 출고·수입했는지, 재생원료를 얼마나 썼는지, 회수·재활용 의무를 어떻게 이행했는지까지 모두 자료로 남겨야 한다. EPR은 이제 환경정책의 한 축을 넘어, 기업의 생산 방식과 포장 설계, 원료 조달, 회계·통관 자료 관리까지 바꾸는 규제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기업체의 경쟁력은 ‘많이 팔았는가’만이 아니라 ‘얼마나 순환 가능하게 만들고 책임 있게 관리했는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2026년도 EPR 제도는 생산자에게 제품과 포장재의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고, 출고·수입 실적부터 재활용 의무 이행, 분담금 납부, 재생원료 사용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한층 정교해졌다. 그러나 제도가 확대·정비되는 만큼 현장에서 드러나는 한계도 적지 않다. 외형상으로는 제도가 촘촘해졌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품목별 성과 편차와 행정 부담, 제도 복잡성 등이 여전히 보완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의 경우 과도한 행정 부담을 느끼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즉 완구류의 EPR 신고 절차의 간소화가 시급하다는 내용을 전하며, 현행 신고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요구되는 서류의 양이 방대해 중소 완구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EPR 제도는 분명 과거보다 정교해졌고, 생산자 책임도 강화됐다. 그러나 총량 달성률 뒤에 가려진 품목별 격차, 중소기업에 집중되는 행정 부담, 복잡한 제도 분류 체계, 분담금 중심의 운영 구조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앞으로의 EPR은 단순히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수준을 넘어, 취약 품목을 끌어올리고, 행정 절차를 줄이며, 재생원료 사용과 재질 개선을 실제 시장 변화로 연결시키는 방향으로 보완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EPR이 ‘사후 처리 비용 제도’를 넘어 진정한 순환경제 전환 정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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