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뜨거워지고 플라스틱으로 가득차는 바다, 국제협약의 시계는 왜 멈췄나

매년 최대 2,300만 톤 플라스틱 수생태계 유입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8-18 12:23:47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세계의 바다가 전례 없는 속도로 뜨거워지고 플라스틱 폐기물까지 밀려들고 있지만, 오염원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국가 간 이해관계에 막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해양위기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플라스틱·화학물질 오염이 맞물린 복합위기로 번졌지만 국제사회의 대응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역변화 뚜렷, 재난위험까지


세계기상기구(WMO)가 2026년 3월 발표한 ‘2025년 세계기후현황’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해양열함량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구에 추가로 축적되는 열의 91% 이상을 바다가 흡수하면서 최근 20년간 해양 온난화 속도는 1960~2005년보다 두 배 이상 빨라졌다.

아시아 해역의 변화도 뚜렷하다. 2025년 7월부터 9월까지 1,000만㎢가 넘는 아시아 해역이 해양폭염의 영향을 받았다. 쿠로시오 해류가 지나는 해역의 해수면 상승률은 1999~2025년 연평균 6㎜ 이상으로, 세계 평균인 약 3.6㎜를 크게 웃돌았다. 해양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은 산호초와 어장, 연안 생태계뿐 아니라 식량안보와 해안도시의 재난 위험까지 높이고 있다.

매년 최대 2,300만 톤…바다로 향하는 플라스틱

기후변화로 약해진 해양생태계에는 플라스틱 오염까지 더해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매년 약 1,900만~2,3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강과 호수, 바다 등 수생태계로 유출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바다에 축적된 플라스틱은 약 7,500만~1억9,9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의 섭식과 얽힘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세·나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먹이사슬과 물순환에 침투하고, 일부 제품에 사용된 과불화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PFAS) 등 유해화학물질 문제와도 연결된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요 원료로 생산한다는 점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과도 무관하지 않다.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순환경제 분야를 연구해온 전병옥 J&Soddy Partners 대표 겸 수원대학교 겸임교수는 플라스틱 오염을 단순한 폐기물 문제가 아닌 현대 문명의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저렴하며 가공하기 쉬운 데다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현대인의 의식주와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했다. 볼펜과 노트북, 전선 피복, 식품 포장재,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이를 완전히 피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플라스틱이 자연 재료의 한계를 넘어 인간의 욕망을 실현한 문명의 도구였다고 분석했다. 과거 일부 계층만 누릴 수 있었던 장신구와 생활용품, 각종 소비재를 대중화하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 플라스틱이 있었다는 설명이다.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은 동시에 ‘시간의 모순’을 낳았다. 몇 분 또는 몇 시간 사용한 플라스틱이 자연에서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플라스틱 산업은 원유 채굴과 정제, 생산, 가공, 유통, 소비, 폐기가 세계적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어 개인의 실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개인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제품을 선택할 때마다 “이 물질은 다시 순환할 수 있는가, 아니면 순환을 끊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플라스틱 문제의 핵심은 사용 자체를 무조건 부정하는 데 있지 않고, 필요한 사용과 불필요한 소비를 구분하면서 순환 가능한 생산·소비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생산 감축인가, 폐기물 관리인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출발점도 단순한 해양쓰레기 수거나 재활용 확대에 머물지 않았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가 채택한 결의안은 플라스틱의 생산과 제품설계, 사용,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도록 했다.
 

하지만 2024년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1부 회의(INC-5.1)는 협약문에 합의하지 못했다. 2025년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추가협상회의(INC-5.2)도 열흘간의 논의 끝에 합의 없이 중단됐다.
 

협상을 가로막은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오염의 출발점을 어디로 볼 것인가에 있다. 일부 국가는 신규·1차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는 세계 공통목표와 문제 제품·우려화학물질에 대한 국제적 제한을 요구한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생산량 규제보다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을 중심으로 각국이 자율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협약 이행에 필요한 별도 국제기금 설치와 비용부담 방식, 의무조항과 자발적 조치의 범위도 합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만장일치 관행을 유지할 것인지, 실질적인 협약문 결정에 표결을 허용할 것인지를 둘러싼 절차적 대립도 남아 있다.

 

2026년 2월 열린 INC-5.3에서는 칠레의 훌리오 코르다노 대사가 새 의장으로 선출됐지만 실질적인 협약문 협상은 진행되지 않았다. 국가대표단은 같은 해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비공식 협의를 진행했으며, 오는 9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추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식 협상인 INC-5.4의 개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제협약 기다릴 수 없어…혼합 폐플라스틱 해법 필요
최경영 (사)한국저영향개발협회 회장은 국제협약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현장 대응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현재의 재활용 체계가 깨끗하고 단일한 재질처럼 선별하기 쉬운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 가운데 상당량은 여러 재질이 섞이거나 음식물과 이물질에 오염돼 있어 선별·세척 과정에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재활용되지 못한 물량은 결국 소각·매립되거나 관리되지 않은 채 환경으로 유출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혼합 폐플라스틱을 선별 가능한 성분만 분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섞인 상태에서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고강도 구조재나 건설자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폐플라스틱을 소각하지 않고 장수명 제품에 저장하면 플라스틱에 포함된 화석기원 탄소의 즉각적인 대기 방출을 늦출 수 있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이를 해안 침식 방지시설이나 제방 보강재 등 방재 기반시설에 적용하고 배출기업·재활용업체·시공사·지방자치단체·공공조달을 연결하는 순환자원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제조·건설·공정관리 역량을 활용하면 플라스틱 오염 저감과 자원순환, 기후재난 대응을 결합한 산업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각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할 플라스틱 폐기물
한편 국가관할권 밖 해양생물다양성협정, 이른바 공해 생물다양성협정(BBNJ Agreement)은 2026년 1월 발효됐다. 공해에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하고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할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육상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유통을 직접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해양 플라스틱 문제는 버려진 쓰레기를 얼마나 잘 수거하느냐에 머물지 않는다. 플라스틱을 얼마나 생산하고 어떤 화학물질을 넣어 제품을 만들 것인지, 오염 예방과 처리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의 문제다. 동시에 국제협약이 완성될 때까지 이미 발생한 혼합 폐플라스틱을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하고 자원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현장 해법도 필요하다.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열과 오염물질의 한계가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생산단계의 책임을 협약에 담고 각국이 검증된 순환기술과 산업기반을 함께 구축할 수 있을지가 향후 플라스틱 대응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