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 이후 관측으로 인간 온난화의 지역별 지문 확인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8-18 22: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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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확인됐지만, 실제 온난화가 지역마다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구분하는 데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관측된 온도 변화가 기후모델이 예상했던 온난화 패턴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MPI-M) 연구진은 1850~2022년 전 세계 지표면 기온 관측자료를 이용해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의 지역별 지문(fingerprint)을 관측자료 자체에서 찾아내는 새로운 분석방법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은 자연적인 기후변동을 넘어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수준에서는 상황이 훨씬 복잡하다.

예를 들어 동남태평양과 남극해 일부에서는 장기간 냉각 경향이 나타났고, 아극 북대서양 역시 기후모델에서 예상했던 만큼 온도가 상승하지 않았다. 반대로 북극에서는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른 온난화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전 지구적 온난화 추세만으로 각 지역에서 인간의 영향을 얼마나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관측된 지표면 기온 변화와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전 지구 평균기온 변화는 관측과 기후모델의 일치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지역별 온도 변화가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를 계산했다.

이렇게 얻어진 공간적인 온도 변화 패턴을 연구진은 관측된 지문(observed fingerprint)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의 온도 변화 가운데 장기적인 외부 강제력, 즉 인간 활동에 따른 온난화가 어느 정도를 차지하고 자연적인 기후변동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관측과 모델 사이의 차이가 큰 북극과 동남태평양, 남극해, 아극 북대서양 등 네 지역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북극은 20세기 중반 이후 빠르게 따뜻해졌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온난화 속도가 일시적으로 둔화됐다. 분석 결과 이 시기의 둔화는 자연적인 기후변동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변동을 제거하면 장기적인 인간 유발 온난화 신호는 뚜렷하게 확인됐다. 동남태평양에서도 자연변동의 영향이 상당했지만 인간에 의한 온난화 신호 자체는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남극해 일부와 아극 북대서양에서는 아직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 신호가 자연적 변동이라는 배경 소음에서 완전히 분리돼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해양순환 등 자연적 기후변동이 상대적으로 강해 장기적인 온난화 신호를 가리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지구 전체가 인간 활동으로 인해 온난화되고 있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일한 지구온난화가 발생하더라도 지역마다 자연변동의 크기와 해양·대기순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영향이 관측자료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시기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평가하기 위해 출현 시간척도(emergence timescale)라는 지표를 제시했다. 이는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 신호가 자연적인 온도 변동을 넘어 통계적으로 구별될 정도로 나타나기 위해 필요한 관측기간을 뜻한다.

연구 결과 현재 약 45년에 이르는 위성 관측기간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간 유발 온난화를 순수하게 관측자료만으로 확인하기에 충분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극해나 북대서양 일부처럼 자연변동성이 강한 지역에서는 이보다 더 긴 관측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

연구진은 관측 기반 결과와 기후모델을 비교한 결과 지역별 온난화 신호의 출현 시점에서 모델과 실제 관측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기후모델이 전 지구적인 온난화 추세를 비교적 잘 재현하더라도 특정 지역에서 인간 영향과 자연변동이 결합되는 방식을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기후과학의 핵심 방법 가운데 하나인 탐지와 귀인(detection and attribution) 연구에도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한다. 탐지는 관측된 기후 변화가 자연적인 변동 범위를 넘어섰는지를 통계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며, 귀인은 그 변화의 원인이 온실가스 증가나 화산활동, 태양활동 등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과정이다.

이 방법론은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초대 소장이자 202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클라우스 하셀만의 연구에서 발전했다. 대표적인 인간 유발 기후변화의 지문으로는 대류권의 온난화와 성층권의 냉각, 해양보다 빠른 육지 온난화, 북극에서 나타나는 강한 온난화 등이 있다. 실제 관측에서 이러한 특징들이 함께 나타나면서 현재의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강력한 근거가 축적돼 왔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관측 기반 지문은 여기에 지역적인 분석 능력을 추가한다. 특정 지역에서 현재 나타나는 온도 변화 가운데 인간의 영향과 자연변동을 보다 세밀하게 구분하고, 동시에 기후모델이 해당 지역의 변화를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지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방법이 지역별 기후전망의 불확실성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뿐 아니라 기후 적응계획과 기후변화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귀인 연구, 나아가 기후소송 등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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