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중국산 저가 수입품과의 경쟁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기업들이 생산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에는 자국 내 배출이 줄고 해외 배출이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중국산 완제품과의 경쟁이 심해질 경우 중국 내 배출 증가폭이 더 커져 전체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오프쇼어링 및 수입 경쟁이 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환경·자원경제학자협회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는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덴마크 제조업체의 상세 등록자료와 기업별 직·간접 CO₂ 배출 정보를 결합해, 세계화가 기업의 탄소 발자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그동안 오프쇼어링, 즉 기업이 생산 공정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는 현상은 주로 일자리 감소와 임금 하락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세계화가 기업의 탄소 배출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 덴마크 기업이 중간재 생산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덴마크 내 배출량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재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최종 제품이 아니라, 기업의 추가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부품이나 소재를 뜻한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기업이 생산 일부를 해외로 이전할 때 일반적으로 가장 진보적이고 에너지 집약도가 낮은 공정은 국내에 남긴다”며 “그 결과 덴마크 내 생산은 더 효율적이고 CO₂ 집약도가 낮은 방식으로 재편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프쇼어링이 전 세계 배출량을 크게 늘리는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로 이전된 배출이 덴마크 내 감축분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 이유 중 하나로 덴마크 기업이 이전한 중간재 생산의 상당 부분이 덴마크와 비슷한 수준의 에너지 효율성을 가진 유럽 국가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중국산 완제품과의 수입 경쟁은 다른 결과를 보였다. 중국산 제품이 덴마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이후 크게 늘었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덴마크의 중국산 완제품 수입 비중은 약 1%에서 10% 수준으로 증가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하게 된 덴마크 기업들은 매출과 생산이 줄어들면서 덴마크 내 CO₂ 배출량도 감소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중국 내 생산과 배출량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연구진은 중국의 일반적인 수입 완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 강도가 덴마크보다 약 7배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화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생산 공정을 해외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은 국내 배출을 줄이는 대신 해외 배출을 늘릴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큰 증가를 초래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탄소 집약도가 높은 국가의 저가 수입품이 시장을 대체하는 경우에는 국내 배출 감소보다 해외 배출 증가가 더 커져 전체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기후정책과 무역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 국가의 생산 기반 배출량만 보면 배출 감축이 이뤄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이 다른 국가에서 더 높은 탄소 집약도로 생산된다면 실제 소비 기반 탄소 발자국은 줄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소비 기반 탄소 발자국이 생산 기반 탄소 발자국과 크게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럽연합처럼 배출권거래제가 운영되고, 덴마크처럼 CO₂ 세제가 있는 지역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더 공정한 경쟁 조건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는 최근 탄소국경조정제도, 즉 CBAM을 도입해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등 탄소집약적 수입품에 대해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 비용을 반영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정책이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라, 탄소 규제가 강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의 배출 비용 격차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세계화가 일자리와 임금뿐 아니라 탄소 배출의 지리적 분포까지 바꾼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배출량 감소만으로 기후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경우, 실제 소비가 유발하는 해외 배출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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