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습지, 농업·물 부족·도시화에 흔들린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2-22 22: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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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중해 습지가 빠르게 건조화되고, 메워지고, 사라지고 있다. 지중해 습지 관측소(MWO;Mediterranean Wetlands Observatory)가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공개한 최근 보고서 에 따르면 지중해 습지가 인구와 생물다양성, 물 안보에 핵심적임에도 집약적 농업, 물의 과도한 개발, 도시화에 따른 토지 인공화, 그리고 기후변화가 겹치며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전략적 자연 인프라”로서 습지의 기능을 복원하지 못하면 지중해 국가들의 사회경제적 회복력과 지역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지중해 습지는 이미 역사적으로 큰 폭의 손실을 겪었다. 지중해 습지의 절반 이상이 과거에 사라졌고, 1990~2020년 사이에도 추가로 약 12%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단순한 면적 축소가 아니다. 습지는 담수 공급, 농·어업 기반, 홍수 조절, 해안 보호, 탄소 저장 등 인간 사회가 ‘대체하기 어려운’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약 5억9천만 명이 거주하는 지중해 분지에서 주민 3명 중 거의 2명이 최소 한 곳 이상의 습지 인근에 거주하는 것으로 분석되며, 습지 주변 인구 밀도는 다른 지역보다 평균 4배 높다. 습지 손실이 곧바로 물·재난·생계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보고서는 여러 요인 가운데서도 집약적 농업과 관개를 중심으로 한 물 이용 확대를 핵심 압력으로 지목했다. 현재 지중해 습지의 기능 공간 중 거의 30%가 농업에 의해 점유된 것으로 나타난다. 농업은 지중해 사회에 필수 산업이지만, 특히 북아프리카·튀르키예·이베리아 반도 등에서 집약적 농업 시스템이 빠르게 확장되며 습지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 습지를 농경지로 전환하면 서식지가 직접적으로 사라질 뿐 아니라, 관개를 위한 취수가 늘면서 습지가 유지되기 위한 수문 조건까지 악화된다.

물 위기는 습지의 ‘생명줄’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보고서는 지중해 유역의 물 수요가 계속 늘어 2050년까지 세 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요 증가의 주된 동인은 관개이며, 관개는 이미 전체 물 부족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지중해 남부·동부 국가들의 1인당 물 가용성은 지난 30년간 약 40% 감소해, 이미 물 부족이 심각한 지역에서 습지 건조를 가속하고 있다.

수자원 확보를 위한 인프라 확장도 역설적으로 습지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물 공급을 안정화한다는 명분 아래 강에는 댐이 늘어나고 있고, 그 결과 주요 지중해 강 길이의 95%가 영향을 받아 하류 습지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물 공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류로 흘러가야 할 담수와 퇴적물이 막히면, 하구·연안 습지의 구조와 기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도시 압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2000년 이후 도시 팽창, 교통 인프라, 관광 개발이 맞물리며 습지 주변 인공 표면이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토양이 포장·매립 등으로 ‘밀봉’되면 빗물 침투가 줄고 유출이 늘어나며, 서식지 단절과 훼손이 확대된다. 습지는 물을 머금고 흘려보내는 완충장치인데, 도시화는 그 완충 기능 자체를 무력화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기존 압력들을 증폭시키는 위험 승수로 규정했다. 2100년까지 지중해 분지 평균기온이 +1.7℃ 상승할 수 있고, 연평균 강수량은 -1%~-5% 감소하거나 근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30%까지 줄 수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지중해 연안 습지는 해수면 상승에 매우 취약한데, 댐 확산으로 퇴적물·담수 유입이 줄어드는 상황과 결합되면 금세기 말까지 해안 습지의 69~92%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포함됐다.

누적 압력은 생물다양성과 지역 회복력을 정면으로 위협한다. 보고서는 습지 관련 종의 40%가 위협받고, 지중해 분지에 서식하는 종에 한정하면 위협 비율이 69%로 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습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한 종과 환경의 상호작용 위에서 성립한다. 종 다양성이 붕괴하면 어업·농업·관광 등 지역 경제 기반도 함께 흔들리고, 물 관리와 재난 완충 능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신속하고 대규모로 조치를 취하면 현재 궤적은 되돌릴 수 있다”며, 즉각 실행 가능한 5가지 수단(레버)을 제안했다.

첫째, 토지 이용 계획에 습지를 완전히 통합하는 것이다. 습지를 자연기반해법(NbS)으로 공간계획 문서에 반영하고, 토지 인공화를 제한하며, 민감 생태계 주변 완충구역과 생태 연결성에 대한 누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토양 재생, 하천 재구불(자연형 하천 복원) 같은 ‘비인공화’ 전략과 결합해 수문 기능을 회복하자는 제안이다.

둘째, 생태 복원을 가속해야 한다. 보고서는 포르투갈부터 튀르키예까지 북부 지중해 연안 습지 약 88,000km²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복원 가능하다고 보고, 자연 홍수 체제로의 재연결과 관리 관행 전환 등이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24개 ‘메드웨트 국가’에서 총 224개 우선 습지(약 4,000km²)가 복원 대상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셋째, 물 정책을 교차 지렛대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생태유량을 물 관리 계획에 포함하고 수문학적 연속성을 회복하며, 인간 이용을 생태계 필요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기술·제도 혁신으로 물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핵심이다. 예컨대 지중해 국가들의 관개 시스템 현대화만으로도 물 소비를 35% 줄일 수 있으며,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는 처리된 폐수 재이용이 현재 20% 수준에 머물러 ‘미개척 해법’으로 남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넷째, 시민과 지역 이니셔티브를 동원해야 한다. 지역사회·농민·협회·연구자들은 오염·남용·밀렵 등 지역 압력에 맞서는 ‘첫 방어선’인 동시에, 생태 모니터링과 지속가능한 경제활동 설계를 담당할 수 있다. 보호와 복원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지역 거버넌스와 조정 강화가 필요하다. 국가 간 역량 격차와 분절된 책임 구조가 행동을 약화시키는 만큼, 환경 기관의 역량 강화와 국가 간 협력 개선이 요구된다. 지역 차원에서는 국경 간 협력, 조화된 지표, 전문지식 공유가 일관된 정책 집행의 열쇠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지중해 습지를 취약하지만 회복 가능성이 큰 생태계로 규정한다. 농업·물·도시·기후라는 네 갈래 압력이 한꺼번에 작동하는 지금, 습지를 보호 대상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물 안보와 재난 대응, 지역경제 회복력의 핵심 인프라로 재배치할 수 있느냐가 지중해의 향후 안정성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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