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때 똑같은 절수보다 상·하류 맞춤 배분이 효과적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21 21: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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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가뭄이 심해질수록 하천의 물을 모든 이용자에게 같은 비율로 줄이는 것보다 상류와 중류의 취수를 단계적으로 제한해 하류까지 물이 도달하도록 하는 방식이 물 부족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상류 이용자가 감수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지 않으면 제도의 지속적인 협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김지흔 박사 연구진은 한국 남서부 영산강 유역을 대상으로 약 30년간의 수문·물 이용 자료를 모델링해 가뭄 상황에서 서로 다른 물 배분 방식의 효과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Water Resources Research에 게재됐다.

하천은 생활용수뿐 아니라 농업과 산업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평상시에는 각 부문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지만 가뭄으로 유량이 줄면 상류와 하류 이용자 사이의 물 확보 여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상류 이용자는 하천수가 하류로 내려가기 전에 먼저 물을 취수할 수 있다. 각 이용자가 허용된 취수량을 최대한 확보할 경우 제도적으로는 정해진 권리를 지킨다고 해도 하류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물 자체가 부족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공간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물 부족 정도에 따라 취수 제한 수준을 달리하는 방식을 검토했다. 기존 방식처럼 모든 이용자가 허용된 범위에서 최대한 물을 취수하는 시나리오와, 가뭄이 심해질수록 취수 제한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새로운 방식에서는 하천에 남아 있는 물의 양이 감소할수록 상류와 중류 이용자에게 더 엄격한 취수 제한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하류로 흘러가는 유량을 확보하는 구조다. 가장 심각한 물 부족 상황에서는 일부 취수를 아예 금지하는 조건도 모델에 포함됐다.

핵심은 단순히 전체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취수 위치와 가뭄 단계에 따라 제한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 이러한 조정 방식은 물 배분의 형평성과 전체 경제적 편익을 동시에 개선할 가능성을 보였다. 모델에서 제안된 취수 제한을 적용할 경우 전체 경제적 편익은 기존 방식보다 약 400만달러 증가했다. 상류에서 물을 덜 사용함으로써 확보된 유량이 하류 이용자에게 전달되면서 농업과 산업 등에서 발생하는 전체 편익이 증가한 결과다.

그러나 모든 이용자가 같은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 상류 농가와 기업은 취수량이 제한돼 기존에 사용할 수 있었던 물을 포기해야 하는 반면, 하류 이용자는 공급량이 늘어나는 혜택을 받았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새로운 물 배분 체계를 실제 적용하려면 ‘보상’이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상류 이용자가 가뭄기에 취수를 줄이는 대신 물 사용료를 감면받거나 재정적 지원을 받도록 할 수 있다. 하류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경제적 편익의 일부를 물 사용을 줄인 상류 이용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여러 보상전략을 분석한 결과, 일부 방식에서는 취수 제한으로 손실을 입는 농가와 산업체를 충분히 보상하면서도 전체 사회적 편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물 절약에 따른 비용을 특정 지역이나 이용자에게만 부담시키기보다 물을 공유함으로써 발생한 이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가장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항상 최적의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이용자의 물 사용량을 가능한 한 비슷하게 맞추려고 할 경우 특정 이용자에게 지나친 제한이 집중될 수 있고, 이들이 제도에 참여할 유인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물 배분의 형평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물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전체 경제적 편익을 지나치게 감소시키지 않는 절충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가뭄이 더욱 심각해지는 경우에는 이러한 협력체계 역시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농업용 저수지의 방류량은 감소하는 반면 물 수요는 증가하는 상황도 별도로 분석했다. 물 부족이 심해질수록 상류 이용자가 포기해야 하는 물의 양과 경제적 손실이 커졌으며, 일부 조건에서는 하류에서 발생한 추가 편익만으로 상류 이용자를 충분히 보상하기 어려웠다.

이는 기후변화 등으로 장기 가뭄이 심화될 경우 단순한 이용자 간 재배분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실제 영산강 유역에서 새로운 물 배분제도를 시행해 관찰한 것이 아니라 약 30년간의 자료를 토대로 구축한 컴퓨터 모델을 이용한 분석이다. 따라서 실제 농민과 기업이 어느 수준의 취수 제한과 보상을 받아들일지, 장기간 가뭄이 지속될 때 협력관계가 유지될지는 추가적인 현장 연구가 필요하다.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취수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와 상·하류 이용자 사이의 명확한 배분 규칙, 보상 재원 마련도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물 부족 대응이 단순히 ‘전체 소비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양의 물이 부족해지더라도 이를 어디에서 먼저 사용하고, 누가 사용을 줄이며, 그에 따른 손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따라 가뭄의 피해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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