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북항에 무태상어 일명 '부캉이'가 출현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평소 보기 어려운 생물이 우리 가까이에 나타나면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연구하는 생태학자로서 필자 역시 관심이 간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호기심이나 이색적인 볼거리로만 받아들여도 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생물의 출현과 이동은 때로 우리 환경이 변하고 있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생태계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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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북항에 출몰한 무태상어' 부캉이' |
생물이 살아가는 범위는 우연히 정해지지 않는다. 육상에서는 주로 기온과 강수량이 생물의 분포를 결정하고, 수생태계에서는 여기에 수온, 염분, 수심 등의 조건이 더해진다. 오랜 시간 특정 환경에 적응해 온 생물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기후와 서식환경을 찾아 분포한다. 따라서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생물이 새로운 지역에 반복적으로 출현한다면 그 배경에 환경 변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열대와 열대 해역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우리 바다에서 관찰되는 현상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무태상어만이 아니다. 맹독을 지닌 넓은띠큰바다뱀과 파란고리문어 같은 생물들이 우리 연안에서 관찰되고 있으며, 조류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제주에서는 열대·아열대 해역과 관련된 갈색얼가니새가 관찰되고, 울산 앞바다에서는 군함조가 출현한 사례도 있다. 계절적으로 낯선 조류의 출현과 이동시기의 변화도 관찰되고 있다. 각각의 사례만 놓고 보면 우연한 출현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생물군에서 비슷한 변화가 반복된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재편 가능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바다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육상에서는 이미 더욱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한라산과 지리산의 구상나무 집단 고사가 대표적이다. 높은 산의 서늘한 환경에 적응해 온 구상나무는 기온 상승과 수분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오랜 세월 형성된 생육조건이 빠르게 달라지면서 고산생태계의 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도시의 식물들도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폭염과 도시열섬, 장기간의 건조가 겹치면서 주목과 스트로브잣나무 등 일부 수종에서 잎이 갈변하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느티나무와 벚나무에서도 계절보다 이른 갈변과 낙엽을 쉽게 볼 수 있다. 여러 조경수와 관목에서도 비슷한 스트레스 징후가 나타난다.
문제는 단순히 비가 적게 오는 데 있지 않다. 비가 오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고 그 사이 긴 건조기간이 이어지면 연간 강수량이 비슷하더라도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여기에 기온이 상승하면 식물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더 많은 물을 증산해야 한다. 토양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온이 지속되면 식물은 결국 잎을 떨어뜨리고 생장을 줄이며 생존을 위한 방어에 들어간다.
이러한 변화가 걱정스러운 이유는 식물 한두 종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식물은 그늘을 만들고 증산을 통해 주변 온도를 낮추며, 탄소를 흡수하고 토양을 보호한다. 곤충과 새, 미생물에게는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한다. 따라서 식물의 쇠퇴는 생태계서비스의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물이 줄어들면 도시는 더욱 뜨거워지고, 높아진 온도는 다시 식물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생물다양성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환경변화를 알려주는 ‘살아 있는 조기경보체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생물의 출현, 기존 생물의 분포 이동, 개화와 낙엽 시기의 변화, 집단 고사, 철새의 도래시기 변화 등을 장기적으로 기록하면 기후변화가 우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훨씬 일찍 알아낼 수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도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장기 생태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양과 육상, 산림과 도시를 연결해 생물의 분포와 계절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앞으로 어떤 생물이 새롭게 들어오고 어떤 생물이 사라질 위험에 놓이는지도 예측해야 한다. 도시의 녹지와 산림 역시 과거의 기후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남아야 할 미래의 기후를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
무태상어 한 마리의 출현은 흥미로운 자연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변화가 바다와 산, 숲과 도시에서 동시에 반복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은 자연의 질서가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생물다양성은 침묵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던 생물이 나타나고, 익숙했던 생물이 사라지며, 꽃피는 시기와 철새가 찾아오는 시간이 달라지고, 나무가 계절보다 일찍 잎을 떨어뜨리면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문제는 자연이 경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경고를 단순한 호기심으로 흘려보내는 데 있다. 이제 이색생물의 출현을 “신기한 생물이 나타났다”는 관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생태계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어야 한다.
자연은 이미 미래의 변화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 작은 신호를 얼마나 빨리 읽고, 얼마나 현명하게 대비하느냐가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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