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물 한계를 강 유역 관리에 적용한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02 22: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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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물 순환의 변동성이 커지고 담수의 양과 질이 동시에 위협받는 가운데, 전 지구적 수준의 ‘물 행성 경계’를 실제 강 유역 관리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화한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제시됐다.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 연구진과 협력 기관들은 기존의 물 행성 경계 개념을 강 유역 단위의 수자원 관리와 계획에 연결하는 새로운 ‘수자원 안전운영공간(Safe Operating Space·SOS)’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행성 경계는 지구 시스템이 안정성과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주요 환경 한계를 뜻한다. 이 한계 안에서 인간 사회가 번영할 수 있는 범위를 ‘안전운영공간’으로 규정한다. 담수 역시 핵심 행성 경계 중 하나로,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물 순환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포함된다.

그러나 기존의 물 행성 경계 개념은 전 지구적 위험을 진단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실제 수자원 관리가 이뤄지는 강 유역 수준에서 구체적인 정책이나 관리 방안을 제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IIASA 생물다양성·천연자원 프로그램 물안보연구그룹의 에밀리오 폴리티 연구원은 “기존 물 행성 경계는 인간 활동이 지구 물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데 강점이 있지만 실행 가능한 전략을 직접 제공하도록 설계되지는 않았다”며 “실제 물 관리가 이루어지는 유역 규모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기존 접근법이 지하수와 강, 호수, 대수층 등 이른바 ‘푸른 물(blue water)’의 양이나 총 물 소비량처럼 단일 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수질과 하천 연결성, 유량 변화, 생태계 기능 등 각 강 유역이 가진 복잡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물을 쓰는가’를 넘어 물이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물의 양과 수질뿐 아니라 하천과 습지의 연결성, 계절별 유량 체계, 생태계 서비스, 인간 사회의 물 이용 필요 등을 함께 고려해 각 유역의 안전한 물 이용 범위를 평가하도록 했다.

새 프레임워크는 규모와 관계없이 전 세계 모든 강 유역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특정 유역의 현재 물 이용 수준이 생태·사회적으로 안전한 범위 안에 있는지 평가하고, 기후변화나 수자원 정책 변화에 따라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지역 주민과 취약계층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가치를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수자원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강 유역 관리기관과 물 관리자는 이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현재 물 이용과 생태적 한계 사이의 균형을 평가하고 장기적인 기후적응 계획을 설계할 수 있다. 정책 당국과 환경기관 역시 사회경제적 개발 목표와 생태적 한계, 관련 법·제도를 함께 고려하는 보다 투명한 의사결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건강한 강 유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 사용량 규제를 넘어선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 저자인 IIASA 물안보연구그룹의 실비아 아르투소 연구원은 “물의 양이나 소비량만 측정한다고 해서 건강한 강 유역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수질과 연결성, 유량 체계, 생태계 서비스 등 다차원적인 기능을 함께 보호해야 물 시스템의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 보호와 인간의 사회적 복지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인간의 필요를 희생하면서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없고, 반대로 생태적 한계가 붕괴된 상태에서 인간의 번영 역시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레임워크는 EU 호라이즌 유럽의 ‘SOS-Water’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됐다. IIASA와 유럽연합(EU) 및 비EU 국가의 11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서로 다른 기후와 사회경제적 조건을 가진 여러 강 유역에서 적용 가능성도 시험했다.

SOS-Water 프로젝트를 이끄는 IIASA 물안보연구그룹의 타허 카힐 연구그룹장은 “여러 강 유역에서 프레임워크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며 “앞으로 의사결정자들이 이를 실질적인 관리 도구로 활용해 수자원 회복력을 강화하고 미래의 기후·사회 변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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