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보은리사이클링 구남희 대표 “버리는 단계 넘어 제품 설계부터 자원순환 고려해야”

버려진 플라스틱, 얼마나 다시 자원이 될까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23 20:35:55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버려진 플라스틱, 얼마나 다시 자원이 될까

선별장에서 본 자원순환의 한계


▲ 보은리사이클링

“분리배출하면 재활용된다.” 하지만 재활용선별장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분리배출된 재활용품 가운데 상당량은 오염이나 복합재질, 낮은 경제성 등의 이유로 다시 폐기된다. 여기에 리튬이온배터리와 건전지 등이 일반 재활용품에 섞여 들어오면서 작업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보은리사이클링은 이러한 자원순환의 현장에서 폐기물 속 자원을 찾아내 다시 산업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보은리사이클링 구남희 대표는 재활용선별장을 단순한 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니라 “폐기물과 자원을 연결하는 첫 번째 제조공정”​이라고 표현했다.

하루 150~200톤 반입…20~30%는 잔재물
보은리사이클링에는 하루 평균 150~200톤의 폐플라스틱 및 재활용품이 반입된다. 이 가운데 PET·PP·PE·PS 등 재활용 가능한 품목으로 선별돼 재생원료 생산업체로 보내지는 물량은 약 70~80%다.
반면 20~30%는 재활용이 어려운 잔재물로 남는다. 하루 기준으로 약 30~60톤에 해당한다.
구 대표는 단순히 처리량을 늘리는 것보다 반입된 폐기물에서 얼마나 많은 자원을 회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같은 100톤이 들어오더라도 70톤을 회수하는 것과 80톤을 회수하는 것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잔재물은 별도의 처리비와 운반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폐기율을 낮추는 것은 환경뿐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 구남희 대표


복합재질에 배터리까지…선별장 부담 커져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제품의 재질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하나의 플라스틱 제품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여러 재질이 결합된 제품이 늘고 있으며, ‘OTHER’로 표시되는 제품도 증가하고 있다. PET 역시 음료용 투명 페트병뿐 아니라 세제통과 샴푸통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사용되면서 제품 구조와 용도에 따라 재활용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안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플라스틱 외관의 소형폐가전이 폐플라스틱과 함께 반입되면서 내부 리튬이온배터리나 건전지가 압축·파쇄 과정에서 손상될 경우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소화기가 고철류에 섞여 들어오는 경우도 현장에서 우려하는 위험요소다.
구 대표는 “선별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단순히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나누는 것을 넘어 겉으로 봐서는 알기 어려운 재질과 위험요소까지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재활용 가능’해도 경제성 없으면 폐기
기술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해서 실제 재활용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물량이 적거나 선별 난도가 높고 운송비가 많이 드는 품목은 기술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더라도 경제성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재생원료 가격 역시 석유가격과 버진원료 가격, 경기와 제조업체 수요 등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선별업체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재생원료 판매가격이 떨어져도 인건비와 전기료, 운송비, 설비 유지보수비, 잔재물 처리비는 그대로 발생한다.


구 대표는 “재활용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경제구조인가까지 함께 봐야 한다”며 안정적인 재생원료 수요시장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1년 광학선별기 도입…“자동화만으로는 부족”
보은리사이클링은 2021년 광학선별기를 도입해 재질과 색상 등을 구분하고 자원 회수율과 선별품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다만 구 대표는 자동화 설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구 대표는 “폐기물의 성상은 계절과 지역, 배출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장비뿐 아니라 전후 공정과 컨베이어 흐름, 작업자의 역할까지 현장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며, “기계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자동화하고, 사람이 품질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자동화가 발전했더라도 현재로서는 기계가 모든 것을 100% 선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광학선별을 넘어 AI를 활용한 품질관리와 생산량·혼합비율 분석, 설비 이상 감지 및 예방정비 등 데이터 기반 생산관리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구 대표의 설명이다. 

 

▲  자동선별기로 각종 폐기물의 성상을 구분해 분류하고 있다.


재활용, 선별장이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순간부터
구 대표가 강조하는 가장 큰 정책 과제는 생산단계의 변화다.
시민에게 올바른 분리배출을 요구하고 선별업체에 높은 회수율과 품질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제품 자체가 복합재질로 만들어져 있거나 재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선별장의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남희 대표는 “제품을 만들 때 성능과 디자인,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제품이 사용된 이후 어떻게 분리되고 어떤 재생원료로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가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가능한 경우 복합재질을 줄이고 단일재질을 확대하는 한편,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배터리가 들어간 제품 역시 소비자가 쉽게 분리하고 올바르게 배출할 수 있도록 제품 설계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자원순환은 선별장 하나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생산자가 재활용하기 좋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가 올바르게 배출하며, 수거·선별업체가 최대한 많은 자원을 회수하고, 재활용업체와 제조업체가 재생원료를 다시 사용하는 구조가 연결돼야 한다. 

 

▲ 투명페트병 분류 작업

“더 많이 처리하는 기업보다 더 많이 회수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
보은리사이클링의 목표 역시 단순한 처리량 확대가 아니다. 구 대표는 같은 100톤의 폐기물이 들어오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자원을 회수하고 더 좋은 품질로 만들어 산업에 돌려보내는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20~30% 수준인 잔재물 비율도 설비와 공정 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문제가 생겼을 때 그대로 두기보다 설비를 개선하고 공정을 바꾸고 실제 생산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은리사이클링이 바라보는 자원순환의 최종 목표는 생산→소비·배출→수거→선별→재생원료 생산→제조업체 재사용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순환구조다.


구 대표는 “궁극적으로 보은리사이클링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아니라 도시에서 발생한 자원을 다시 산업으로 돌려보내는 자원순환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 자동 선별기가 고르지 못한 폐기물을 사람이 직접 분류하고 있는 모습.


재활용선별장의 현장은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분리배출만 잘한다고 자원순환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선별장에 첨단설비를 설치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고, 안정적인 재생원료 시장을 만들며, 선별 현장의 기술과 안전을 함께 개선하는 것. 보은리사이클링의 현장은 우리나라 자원순환정책이 이제 그 전체 과정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