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한 산비탈에 숨은 빠른 침식, 암석 종류가 탄소순환 좌우한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1-02 22: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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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산악지대의 침식 속도를 판단할 때 경사뿐 아니라 암석의 종류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교적 완만한 셰일 지형에서도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진 가파른 지형보다 침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가 장기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가 이끄는 연구팀은 콜로라도주 이스트리버 유역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침식률과 하천 경사 등을 바탕으로 추정한 셰일의 유효 침식성, 즉 암석이 침식되는 용이성은 주변의 단단한 관입암 등보다 약 3배 높았다.

연구 대상인 이스트리버 유역은 약 465㎢ 규모로, 침식에 강한 화성암과 상대적으로 약한 퇴적암인 셰일이 함께 분포한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암석으로 구성된 소유역의 침식률을 비교하고, 지형 분석과 수질·지구화학 자료, 지형 변화 모형을 결합해 암석 특성의 영향을 평가했다.

핵심 분석 도구는 우주선과 지표 물질의 반응으로 석영 내부에 생성되는 동위원소 베릴륨-10(¹⁰Be)이다. 지질학자들은 암석이나 퇴적물에 포함된 이 동위원소를 측정해 장기간의 침식률을 추정해 왔다. 그러나 기존 방법은 석영 입자가 비교적 큰 화강암이나 사암 등에 주로 적용됐으며, 입자가 매우 작은 셰일에서는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미세한 석영을 분리하는 방법을 활용해 이러한 측정 공백을 줄였다.

분석 결과, 셰일이 우세한 소유역은 상대적으로 경사가 완만한데도 주변 관입암 소유역보다 빠르게 깎여 나갔다. 이는 높고 가파른 산봉우리에서 침식이 가장 활발할 것이라는 직관과 다른 결과다. 겉으로 완만하고 둥글게 보이는 지형에도 빠른 침식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암석에 따른 침식 차이는 지형이 새로운 균형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준다. 약한 암석은 빠르게 낮아지는 반면 단단한 암석은 더 느리게 변화하면서, 지형의 불균형이 수백만 년에 걸쳐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경사나 높이만으로 지형의 안정성을 판단하기보다 퇴적물 분석을 통해 실제 침식률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산악지대의 탄소순환을 이해하는 데도 시사점을 제시했다. 암석의 화학적 풍화는 광물과 반응 경로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거나 방출한다. 연구진의 수질 자료와 모형 분석에서는 빠른 셰일 침식이 용존 물질의 생성과 무기물 풍화에 따른 순이산화탄소 방출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암석별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산악지대의 이산화탄소 기여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특정 유역에서 확인한 것으로, 전 세계 산악지역의 배출 규모를 산정하려면 지역별 암석 구성과 침식률, 풍화 반응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산의 외형뿐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암석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장기적인 지형 변화와 탄소순환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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