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경기 용인특례시가 학교급식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배식되지 않은 음식을 취약계층과 나누는 ‘예비식 기부’ 시범사업에 나섰다. 버려질 수 있는 학교급식을 지역사회 복지자원으로 활용해 음식물류 폐기물을 줄이고, 취약계층의 식사 지원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용인시는 지난 20일 성지고와 신갈고에서 제공받은 예비식 82인분을 노인복지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복지관은 홀로 살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 등 82명에게 음식을 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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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식 기부 시범사업 |
앞서 용인시는 지난달 30일 용인교육지원청, 성지고·신갈고, 복지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12월까지 매주 화·수·목요일 예비식 기부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성지고의 예비식은 용인시새마을회 무료급식소와 기흥노인복지관에, 신갈고의 예비식은 기흥노인복지관에 공급된다. 학교가 음식을 전용 용기에 포장하면 용인시학교급식지원센터가 냉장·보온 장비를 이용해 수거·운반하는 방식이다.
용인시는 수거·운반부터 보관, 재가열, 배부까지 전 과정의 위생과 안전을 관리한다. 기부량과 운송 시간, 기관별 수요 및 수혜 인원 등을 분석해 운영상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성과공유회를 열어 사업 결과를 점검하고 공급 체계를 개선한 뒤 내년부터 참여 학교와 복지기관을 확대할 방침이다.
‘잔식’에서 ‘예비식’으로… 폐기 대상에서 공공자원으로
예비식은 학교급식을 위해 당일 조리를 마쳤지만 학생들에게 배식되지 않은 음식 가운데, 위생과 안전 기준을 충족해 기부할 수 있는 식품을 뜻한다. 이미 학생들에게 배식된 뒤 남은 음식이나 식판에 담겼다가 회수된 잔반과는 구분된다.
예비식이라는 개념은 학교급식에서 발생하는 미배식 식품의 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관련 정책을 추진해 온 오종민 성지고등학교 교육행정실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1년 학교급식 미배식 식품의 폐기 문제에 주목해 기존의 ‘잔식’이라는 표현 대신 ‘예비식’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버려지는 음식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환경·교육·복지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다.
이후 2023년부터 정책 제안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개념 확산과 제도화를 추진했다. 같은 해 10월 11일 경기도교육청이 관련 조례를 제정한 것을 시작으로 세종·서울·충남 등으로 제도적 기반이 확산했다. 2025년에는 서울시교육청 교과서에 예비식 기부 개념이 반영되는 등 교육 현장의 인식 개선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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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은 음식으로 버려지는 개념이 아닌 복지에 활용하는 예비식 |
제도 정비의 중요한 전환점은 2025년 7월 1일이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단과 관계부처가 예비식 기부와 관련한 규제를 정비하면서 식품 위생 기준과 학교급식 관리 기준, 기부식품 제공사업의 관리 절차 등이 구체화됐다. 환경부의 탄소포인트제에도 음식물 감축과 관련한 실천 항목이 도입됐다.
이어 2026년 1월 13일 보건복지부의 「기부식품등 제공사업 안내」에 ‘예비식’이라는 명칭이 공식 반영됐다. 학교 현장에서 제기된 음식물 폐기 문제가 정책 제안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제도적 관리체계로 이어진 것이다.
음식물 폐기 감축과 취약계층 지원, 두 가지 효과
예비식 기부는 음식물류 폐기물 감축과 복지 사각지대 지원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교는 조리한 음식의 폐기를 줄이고, 복지기관은 별도의 음식 조달 부담을 덜면서 취약계층에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2025년 기준 예비식 기부에 참여한 학교는 경기도 내 192개교로 집계됐다. 기부량은 2023년 약 79.3톤, 2024년 약 84.7톤, 2025년 약 87.6톤으로 증가했다. 자료는 누적 음식물류 폐기물 감축량을 약 251톤, 온실가스 감축량을 약 628톤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 수치는 해당 자료에 제시된 사업 실적이며, 산정 범위와 기준은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용인시의 이번 시범사업은 이러한 예비식 기부 모델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 복지체계와 연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지속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학교별 기부량과 복지기관의 수요를 맞추는 것은 물론, 조리 후 수거까지의 시간, 운송 중 온도 관리, 보관 및 재가열 기준 등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특히 예비식은 조리가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식품의 종류와 보관 상태, 시간·온도 관리, 운반 및 배부 과정의 위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부 가능한 식품의 범위와 안전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사고 발생 시 대응 절차까지 갖춰야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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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저한 위생관리로 안전한 예비식을 기부하고 있다. |
용인시는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지역 농가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우수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사업비 45억원을 편성해 유치원과 특수학교, 초·중·고등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학교급식의 생산·소비 단계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공급을 지원하고, 소비 이후에는 예비식 기부를 통해 음식물 폐기를 줄이는 구조다. 용인시의 시범사업이 위생관리와 수요 연계 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킨다면 학교급식의 자원순환과 지역사회 돌봄을 연결하는 모델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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