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여성토목직 6인방

일, 가정, 사랑 … 강한 女子들의 ‘여린 이야기’
이유경/이상복
eco@ecomedia.co.kr | 2005-07-21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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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공사 현장을 떠올리면 중장비들이 오가고 굴착기와 포크레인 소리, 힘껏 목청을 높여 소리치며 대화를 나누는 인부들과 파헤쳐진 땅들, 흙더미들이떠오르게 마련이다. 이런 공사현장에 남자들보다 작은 몸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현장에서 땀방울을 흘리는 여자들을 생각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토목현장이라는 곳은 늘상 민원과 부딪히는 곳이며 또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민원의 대부분이기에 토목직은 여성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부산시에는 지치지 않는 활력과 열정을 가진 6명의 토목직 여성공무원들이 굳건하게 공사현장을 지키고 있다. 환경미디어에서 만나본 부산의 토목직 6인방은 그녀들이 잔잔히 쓰는 끈끈하고도 나긋한 경상도 사투리처럼 서로 일로, 동료로, 사랑으로 그렇게 한데 묶여져 있었다.

4월의 어느 봄날 부산은 이미 벚꽃이 한참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깔끔한 부산시청의 외경과 포근한 공기는 그 따뜻한 봄날 저녁에 예정된 인터뷰 자리를 왠지 모르게 기대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물론 미리 전부터 예사롭지 않은 모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도 그 한몫을 더해준 것도 있었다. 그러나 기자가 부산의 토목직에 있는 여성기사 6인을 인터뷰 하러 간 시간은 약속시간이 무려 1시간이 지난 오후 8시였다. 미안한 마음에 문을 열고 식당으로 들어선 순간, 바쁜 시간을 맞추어 만난 자리라 짜증이 났을 법도 하지만 너무나 환한 표정들에 조금은 안도감이 들면서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여성이 토목직 공무원을 하는 것이 흔한 경우는 아닌 만큼 그녀들은 그동안 서로를 다독여 가며 모임도 가지고 때로는 고민을 나누고, 즐거움을 같이 해오고 있다.
가장 맏언니인 장창숙씨는 현재 부산시 상수도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95년도에 입사를 해 현재 9년차를 맞고 있다. 황보진씨는 현재 북부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96년 입사했다. 박옥희씨는 ’98년 입사 금정사업소에서 근무, 막내인 오제련씨는 ’02년 입사 진해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인터뷰에는 참석하지 못한 최경이씨는 ’98년, 김정미씨는 ’00년에 입사했으며 함께 남부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자라서?
현장에서 직접 뛰는 토목직분야에서 일을 하며 여자라서 느낀 힘든 점은 의식을 하지 않아서 또는 일에 대한 애정때문인지 특별히 느낀 것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더 깍듯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단지 웃지못할 몇가지 에피소드들은 각자 있었다. 오제련씨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에서 민원이 들어와 혼자 방문을 해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그 집의 주인아저씨가 웃통을 벗고 칼을 들고 있었고 순간 섬뜩했다고.
박옥희씨도 민원을 들으러 한 가정을 방문을 했을때 당황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집에 들어갔는데 그 집에 살고 계시는 분이 야시시한 비디오를 보고 있는 거예요. 좀 껐으면 했는데 하필이면 몸이 불편한 지체자라 본인도 맘대로 못하고.. 민망했었죠. 하하.”
특히 “난 이런 때 남자였으면 한 적이 있다.” 이러한 질문에 오제련씨는 바로 ‘화장실’이야기를 했다. 이에 나머지 3명도 모두 맞장구를 치며 서로 절감했다.
“야간공사 때 화장실 문제는 정말 난감해요. 지하철역 주변에서 공사를 할 경우는 그나마 괜찮은데 주택가라던지 화장실이 없는 곳에서 공사를 할때면 정말...남자들처럼 쉽게 해결이 되는 부분이 아니쟎아요..” 이 이야기에 모두들 박수를 치며 공감을 했다.
“오죽하면 지하철역 어디에 화장실이 있는지 다 꿰고 있을 정도라니깐요.” 이렇게 말하며 그녀들은 밝게 웃었다.
그녀들에게 있어 남녀의 차이란 단지 어쩔수 없는 기본적인 신체적 차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지만 섬세함과 따뜻한 정은 일에 있어 여성에게는 확실하게 장점으로 부각되는 부분이다. 장창숙씨는 얼마전 독거노인이 지내는 곳에 물이 나오지 않아 수도관을 놓아주는 공사를 한 적이 다고 한다. 물이 나오지 않는 불편함보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던 이 노인은 공사를 하는 내내 장창숙주사에게 많은 말들을 걸어왔고 그녀 역시 공사 내내 마음이 아파 벗이 되주었다고 한다. 수도관을 다 놓고 물이 나오자 그 노인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장창숙씨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자신이 그때 일을 하는데 있어 자신이 여자라는 것에 대한 장점이 바로 이러한 따뜻함과 세심함이 담긴 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일과 결혼생활이란...
현장에서 남성 못지 않은 힘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그녀들이지만 역시 가정에서의 역할에 대한 부분은 제아무리 뛰어난 일꾼들이라 할지라고 뛰어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7살된 아들의 한 엄마인 장창숙주사는 친정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로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연신 되뇌였다.
“우리 아이가 2살 때 인가... 공사진척이 되지 않아 야간공사를 해야만 했어요. 그때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아이를 현장에 데려다 놓고 일을 했죠.“
다른 사람들도 이에 대해 많은 걱정거리가 있다. 오제련씨 역시 이달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선배들을 봐오면서 느낀 부분들로 인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이날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한 최경이씨 역시 그 불참이유가 아기 문제 때문이었다. 인터뷰시간이 퇴근시간 이후인 관계로 그 시간에는 3살된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청직원들의 경우 시청 1층에 유치원시설이 있어서 출근하면서 아이를 맡기고 퇴근하면서 데리고 바로 데리고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상수도본부나 각 사업소에는 규모도 크지 않고 여성인력이 많지 않은 관계로 이러한 시설이 없어 아쉽다는 입장이지만 불평을 하지는 않는다.

그녀들이 생각하는 일이란...
장창숙씨는 관로가 땅에 안 묻히고 그대로 있는 것을 볼때면 왠지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또 길을 지나가며 길 아래 묻힌 수도관을 생각하게 되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큰 시설물들을 보며 ‘저기 아파트는 내가 계량을 했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뿌듯함을 느낀다고 하니 이러한 것도 일종의 직업병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녀들은 또한 연륜이 쌓인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선배들처럼 저런 일들을 과연 나도 할 수 있을까” 는 생각들을 했다고 한다. 마치 다가갈 수 없는 하나의 큰 우상처럼 말이다.
“언니, 어디가서 모닥불 피우고 왔어? 놀다왔지?”
오제련씨가 밤세워 야간 작업을 한 후 집에 들어갔을 때 동생에게 들은 말이다.
공사현장에서 추위를 가시기 위해 밤새도록 지펴놓은 모닥불 연기를 쐬우다 왔기 때문이다. 가끔은 친구들도 몸이나 옷에서 모닥불 냄새가 난다고 놀리기도 한다고 한다. 박옥희 씨도 현장에서 피우는 모닥불 때문에 잠바에 구멍이 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때 박옥희씨가 말했다.
“옷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왜 봄되면 이쁜 옷도 입구 싶고 치마도 입고 싶쟎아.. 근데 현장 다녀야 하니깐 항상 사무실에 운동화가 한켠에 놓여져 있고 치마도 제대로 못입고 말이야.”
이때 황보진씨는 약간 억울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더 거들었다. “나는 어떤 줄 알아? 가끔 신경써서 옷 입고 정장같은 거 입구 가면 현장에 계신분들이 선보러 가냐구 물어본다니까..”

선배와 후배사이
직장생활에서 힘든 것 중 하나는 인간관계의 갈등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이유로 회사에서 선배와 후배 그리고 동료는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 틀림없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일하는 직업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그녀들이 말하는 좋은 동료, 진정한 동료란 현장에서 함께하며 서로 잘 챙겨주는 사람 그리고 같이 마음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일이 힘들수록 같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큰 언니며 가장 선배인 장창숙 주사가 바라보는 후배들은 어떠한 가라는 질문에 “전체적으로는 모두 나름대로의 색을 가지고 각자의 몫을 잘 해주며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라고 말했다. “황보진씨는 공과 사의 구별이 확실한 것이 큰 장점이구요, 박옥희씨는 애교가 많고 자상해요. 오제련씨는 일하는데 겁이 없고 낯가림이 없는 것이 이 직업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생각하는 장창숙씨는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너무 좋은 분이라며 입을 모았고 서로에게 가진 호감과 정이 깊은 부분들이 융화가 잘 되어 마치 모든 색들이 잘 어우러진 하나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남기게 했다.

그녀들이 살고 싶은 삶은?
장창숙씨는 “지금은 중고참이되었지만 처음의 마음을 계속 간직해 말 그대로 자신의 생활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수치화된 것에 연연하지 않고 그 이상의 것을 바라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라고 본인의 삶의 목표를 말했다.
이제 8년차로 접어드는 황보진씨는 일에 대한 어떤 과장된 목표를 가진적은 없다고 한다. 대신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경험·깊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옥희씨는 “결혼 후 달라진 것은 분명히 있지만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것이 직장을 다니며 힘든 부분은 있지만 공직자로서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도록, 또 후배들로부터 좋은 선배였다는 평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라고 답했다.
막내 오제련씨는 일단 이번 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만큼 결혼과 일 둘다를 열심히 하고 싶다고. 가장 큰 인생의 목표는 ‘재미있게 사는 것’인만큼 진급에는 아직까지 큰 관심이 없다고 한다. 동료들과 같이 잘 어울리며 즐겁게 일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직원들끼리 사소한 일이라도 다툼이 생기면 먼저 애교를 부리고 재밌게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 밖의 이야기들
부산시가 상수도 1단계 정비공사 마무리할때까지는 모두들 10시 이전에는 퇴근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일주일의 4일을 짜장면으로 때워도 오히려 그런 때가 동료들과의 팀웍을 느끼는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비록 박옥희씨는 살이 쪘다고 웃음섞인 농을 했지만...
그리고 항상 연말이 되면 한 해의 공사를 마무리 해야하는 시기이므로 크리스마스이브때 남들처럼 논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날 새벽 4시까지 현장에서 난로를 켜 놓고 지낸 적도 있다고 한다.
가끔 공사를 하다가 깊이 파여있는 골을 보거나 사소한 실수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온다는 것을 느낄때면 “보험이라도 한개 들어놔야 겠다” 는 생각이 든다고 오제련씨는 우스갯 소리로 말했다.
여가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장창숙씨는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고 땀이 나는 것을 좋아해등 등산과 탁구를 즐겨한다고 한다고 답했다. 특히 탁구는 12년째 하는 운동이라고. 황보진씨는 영화보고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가장 활발해 보이는 오제련씨는 의외로 찜질장에서 자고, 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역시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서로의 취미들은 상이했다.

부산시 상수도본부 배영길소장의 배려를 받아 저녁식사를 하며 두시간이 넘게 진행된 인터뷰를 했던 자리는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 그네들의 진솔하고 재밌는 수다들이 오가는 소박한 자리에 같이 합류에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그녀들이 가진 성격들이 모두 꾸밈이 없는 성격들이기에 가능하기도 했지만 우선 서로를 다독이며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것들이 과장됨없이 진솔하게 느껴졌다.
기자가 바로본 그녀들은 그네들의 굴레에 젖어 여성임을 앞세워 보호받거나 그로 인한 특권을 누리려는 나약함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일에서 만족을 느끼며 자부심을 찾고 그곳에서 인생의 참다운 모습을 배워가는 진정한 페미니스트였다.
이런 진정한 일꾼들로 부산의 상수도사업본부는 아마도 진득한 여성 토목직 6인방으로 인해 더욱더 빛을 볼 수 있을것이란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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