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증가에 따른 식생 ‘물 절약 효과’,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6-28 22: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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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이 물을 덜 사용해 지표 건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존 인식이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물의 기공이 덜 열리면서 수분 손실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피드백이 온난화와 대기 증발 수요 증가를 유발해 실제 물 절약 효과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학원 대기물리학연구소 싱위안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 아래에서 식생의 물 절약 잠재력을 제한하는 간접 효과를 규명했다.

일반적으로 대기 중 CO₂ 농도가 증가하면 식물은 기공을 덜 열고도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기공은 잎 표면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이산화탄소 흡수와 수분 손실을 동시에 조절한다. 기공 전도도가 낮아지면 잎을 통한 수분 손실이 줄어들고, 그 결과 식물의 물 사용 효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때문에 CO₂ 증가가 기후변화로 심화되는 가뭄과 물 부족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러한 효과가 대기와 지표 사이의 피드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CMIP6-C4MIP에 참여한 지구시스템모델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식생 변화가 증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CMIP6-C4MIP는 전 세계 기후모델 비교 프로젝트인 CMIP6 안에서 탄소순환과 기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모델링 체계다.

분석 결과, CO₂ 증가에 따른 식생 반응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잎 면적 증가이고, 다른 하나는 기공 전도도 감소다. 식물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잎 면적을 늘릴 수 있고, 동시에 기공을 덜 열어 수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지표의 에너지 균형을 바꾸고, 대기 온난화와 대기 증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 증발 수요가 커지면 지표와 식생에서 더 많은 물이 대기로 이동하게 된다. 결국 식물이 기공을 덜 열어 얻는 물 절약 효과가 대기 피드백에 의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기후 조건에서 이러한 간접 효과가 북반구 중·고위도 지역 식생의 물 절약 효과 가운데 약 54%를 상쇄한다고 분석했다. 향후 CO₂ 농도가 현재보다 4배 높아지는 시나리오에서는 상쇄 비율이 6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고위도 지역에서는 CO₂ 증가에 따른 식물 생리 효과가 증발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기대했던 식생의 물 절약 효과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영향은 지역별로 크게 달랐다. 연구진은 식생 변화의 간접 효과가 특히 북반구 중·고위도에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기 피드백으로 인한 지속적인 수분 손실이 지표수 부족을 완화하는 식생의 잠재적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지역들이 세계 주요 농업 지대와도 겹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미국 옥수수 지대, 유럽 평야, 중국의 쌀 재배 지역 등이 이러한 영향권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가뭄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식생의 물 조절 기능이 약화되면 농업 생산과 수자원 관리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싱위안 교수는 “이번 연구는 CO₂ 생리 효과를 가뭄에 대한 자연적 해결책으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고 말했다. 즉, 대기 중 CO₂ 증가로 식물이 물을 덜 쓰게 되더라도, 그 효과만으로 미래의 물 부족과 가뭄 위험을 충분히 완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하오 연구원도 “CO₂ 생리 효과가 토양 수분 가뭄을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지만, 복합적인 고온 증가와 대기 가뭄 스트레스가 생태계 지속가능성을 더 크게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 수자원과 생태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식생의 자연 반응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고온, 건조한 대기, 증발산 증가가 함께 작용하면서 식물의 물 절약 효과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사전 적응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개 효율 개선, 가뭄에 강한 작물 육종, 지속가능한 수자원 계획, 지역별 물 수급 관리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CO₂ 증가가 식물 생장과 물 사용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식물은 높은 CO₂ 환경에서 기공을 덜 열어 수분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지표 에너지 균형과 대기 상태가 변하면서 더 큰 수분 손실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기후변화 시대의 물 부족 대응은 식생의 생리적 반응에 기대는 수준을 넘어, 농업·수자원·생태계 관리 전반의 적응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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