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뿌리산업 ‘플라스틱’ 포스트 코로나 큰 역할, 그러나…플라스틱산업의 현주소

이광옥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1-10-05 14: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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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옥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만약 지금 당장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하루를 생활해본다면 어떨까. 잠깐만 고민해보면 할 수 있는 일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PC, 휴대폰 사용은 물론이거니와 양치질도 시원하게 못한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플라스틱은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특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플라스틱은 의료, 방역, 생활 부분에서 매우 큰 역할을 담당했으나,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플라스틱산업의 주요 이슈들과 문제 해결 방안 등을 이광옥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에게 들어보았다.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시스템 정비 시급
환경친화적 플라스틱 개발로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산업 육성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급증했는데, 방역과 관련된 의료, 의약 서비스 전반에 걸쳐 플라스틱이 사용되었기 떄문이다. 마스크, 방역복 등 화학섬유는 물론 세정제 용기, 주사기 등 의료기기와 함께 1회용 비닐장갑, 비닐백, 플라스틱 판 등은 개인위생과 코로나-19 확산방지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배달서비스 급증으로 1회용품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발생 증가요인이 되어 정부는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기도 했다.


이광옥 회장은 “우리 연합회는 2019년 말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부의 지침에 따라 기업 업무지속계획을 수립해 비상체제를 갖추고, 전사적인 코로나-19 확산방지에 노력해 왔다”며, “문제는 플라스틱 자체가 아니라 플라스틱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몰이해와 그로 인한 폐기물 관리시스템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으로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되면서 플라스틱 등 유가의 순환자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손을 떠나 민간에서 상업적으로 거래됐다. 세계적으로 폐기물 처리 문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상당 기간 민간에 방치한 결과,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에 이러한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공=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연합회는 플라스틱 R&D 사업을 위해 지난 8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과 발맞춰 보다 환경친화적이며 순환이용이 용이한 소재, 제품, 가공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발명된 지 100년에 불과한 플라스틱은 여전히 가장 젊은 소재이며,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인류가 그 선물을 사용하고 처리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뿐이다. 지금이라도 좀 더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를 개발하고 보다 효율적인 처리 방법을 연구해, 사용 후 회수·운반·재활용 체계까지 잘 갖춘다면 금속, 세라믹 못지않은 순환이용이 가능한 가장 환경친화적 소재,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플라스틱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업계 고질적 문제 ‘납품단가’
석유화학-플라스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필요

납품단가 문제는 국내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플라스틱산업은 기업체 수가 2만개 종사자 수가 24만 명으로 제조업의 3.7%를 차지하고 있고,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며 70% 이상이 납품거래를 하고 있는 전형적인 고용집약적 중소기업형 산업이다. 반면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기업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대기업들로 공급자가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현 거래방식 때문에 플라스틱 업계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 플라스틱 <제공=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이광옥 회장은 “플라스틱업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납품단가 문제다. 국제적인 원자재 값 폭등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의 갑질로 인한 피해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과 더불어 공정경제를 표방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도 역행하는 구태 악습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중소기업의 61.8%가 ‘원자재 가격 협의 없이 통보받아 원자재 생산 대기업과의 협상력 제고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나타났다”며, “가격도 모르고 원료를 사는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중소제조업체 주사용 원자재의 89.9%가 상승했고, 가격 상승시 변동은 평균 33.2%의 상승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매출액이 감소한 기업은 49.6%로 기업 2곳 중 1곳에 이르며, 원자재 가격변동이 영업이익에 부정적이라는 응답 또한 87.4%로 원자재 가격변동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원자재 가격상승분에 따른 납품단가 반영여부는 ‘일부만 반영(43.29%)’ 및 ‘전혀 못함(43.09%)’이 전체의 80%로 가격변동 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우나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없다(71.4%)’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 프라스틱 원자재 거래 관행에 대해 이광옥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플라스틱 중소기업은 대부분 석유화학기업에 현물과 신용담보를 제공하고 신용으로 원료를 공급받은 후 평균 45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는 담보거래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은 정확한 가격을 통보받지 못한 채 원료를 공급받아 거래처에 납품거래를 하고 있어, 만일 납품 후 원료가격이 인상되는 경우 원료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해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반면 석유화학기업은 월말에 월간 가격변동요인을 반영하여 산정한 제품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중소기업에 통보하고 있어 손해를 보지 않는다. 우리 연합회는 지난 2010년 플라스틱업계를 대변하여 이러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3개월 전에 가격을 예시하고 1개월 전에 가격을 고지’하는 가격예시제의 도입을 정부와 석유화학기업에 건의했다. 하지만 석유화학기업은 수용 불가를 밝히며 ‘1개월 예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일부 몇몇 기업에 대해서만 월말에 그것도 미확정 가격으로 고지하고 있어 사실상 가격예시제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광옥 회장이 고질적인 플라스틱 납품단가 애로 해소를 위해 제시한 방법은 ▲3개월 가격예시 및 1개월 전 확정 가격고시 ▲대기업에 연간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납품하는 기업들이 원하는 경우 합성수지 가격 인상분을 분기별로 나누어 가격에 반영하는 ‘연간공급계약’ 도입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 공존할 수 있는 석유화학-플라스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거래관행 개선을 위해 협동조합 등을 통한 공동구매 형태로 가격예시제, 연간공급계약을 시행하고 이를 산업 전반에 확대하는 방안 도입 등이다.

기후변화와 탈플라스틱 정책 속 플라스틱산업의 방향 제시
이 회장은 인류가 아직 플라스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다루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회용 제품의 억제, 대체가능한 물질의 개발 및 사용 등 플라스틱업계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지금 당장 그리고 당분간은 지구상에서 플라스틱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다.

“플라스틱의 원료인 합성수지는 석유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며, 석유와 가스의 단 6%만이 플라스틱과 합성섬유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80억 인구가 그 효용을 누리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단지 썩지 않는 오염물질로 인식될 수 있지만, 가볍고 내구성이 강하며 저렴한 플라스틱의 장점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는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물질재활용(MR), 열·에너지회수(ER), 화학적이용(CR)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순환이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은 결코 금속, 종이보다 못하지 않다.”

정부 정책과 관련한 산업계의 입장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합회는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정책을 지지한다. 다만 많은 부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산업계가 뜻을 같이해야 하고, 산업이 변화할 수 있는 시간과 지원도 분명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정책 수립 과정에서 플라스틱 등 산업계가 배제된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탄소중립 2050 실천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인류가 당면한 재난에서 플라스틱은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인지해 주길 바란다.”

▲ 이광옥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연합회는 설립 60주년이 되는 2022년을 기점으로 플라스틱산업이 제2의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 중 경영기획본부를 ESG경영기획본부로 개편하고 플라스틱 중소제조기업의 ESG경영 도입을 위한 교육, 사례, 기업간 협력방안 마련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 회장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협약을 갱신하여 확대하고, 플라스틱산업 발전기금을 조성하여 공동구매, 공동판매 등 협동조합 기능 활성화를 제고할 계획”이라며, “환경규제 개선 및 적극적인 R&D사업을 추진하고, ESG경영체제를 도입하여 2050 플라스틱산업의 발전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라스틱산업은 잔디와 같다”는 이광옥 회장은 플라스틱은 산업의 뿌리라고 강조한다. 오는 12월 플라스틱산업이 뿌리산업에 포함된다. 즉 플라스틱이 산업에 있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끝으로 이 회장은 “우리 플라스틱 중소 제조기업들이 국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해 나갈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길 바란다”며, “뿌리산업인 플라스틱산업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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