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ASA 연구팀, 에너지·자원 사용 감축 전략... 삶의 질 개선 효과 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6-23 21:59:25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평가할 때 탄소 감축량과 비용만 볼 것이 아니라, 건강과 일자리, 가계 부담, 에너지 안보, 공정성 등 삶의 질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에너지 공급 방식을 바꾸는 기술 중심 전략뿐 아니라, 에너지와 자원 사용 자체를 줄이는 ‘수요 측 기후행동’이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International Institute for Applied Systems Analysis)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Sustainability에 발표한 연구에서 건물, 교통, 산업 부문의 여섯 가지 기후 완화 전략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는 ‘기술 및 사회 혁신에 따른 에너지 수요 변화’ 네트워크인 EDITS 활동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그동안 기후정책은 주로 비용과 이산화탄소 감축량이라는 두 기준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접근이 기후행동이 실제 생활에 미치는 다양한 효과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정책은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수단이 아니라, 공기질, 주거비, 이동 편의, 에너지 안보, 빈곤 완화, 사회적 형평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18개국을 대상으로 에너지 시스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공급 측 전략으로는 히트펌프, 전기차, 수소 등 청정 연료와 기술 도입을 분석했고, 수요 측 전략으로는 건물 단열 개선, 적정 수준의 실내 온도 조절, 교통수단 전환, 산업 부문의 재료 효율 향상 등을 검토했다. 각 전략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동일하게 10% 감축하도록 설계됐다.

분석 결과, 여섯 가지 전략 모두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지만, 수요 측 전략은 더 넓은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물 단열을 개선하고 실내 온도 설정을 적절히 조정하는 전략은 연구의 민감도 분석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연구를 이끈 IIASA의 아눌프 그루블러 명예연구원은 “기후변화 완화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음에도, 너무 자주 부담으로만 인식돼 왔다”며 “에너지와 재료 사용을 줄이는 전략은 더 깨끗한 공기, 더 높은 에너지 안보, 빈곤 가구에 더 공정한 결과 등 폭넓은 이점을 제공하지만, 정책 논의에서는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실제 삶의 질 개선 효과를 모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요 측 기후행동의 이익은 오히려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단열 개선은 에너지 소비를 줄일 뿐 아니라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낮추고, 주거 건강성을 높이며, 에너지 빈곤층의 생활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도구를 개발한 리스본대학교 연구소의 누노 벤투 연구원은 “서로 다른 18개국에서 동일한 배출 감축 효과를 내는 수요 측 전략과 공급 측 전략을 비교함으로써 공정한 조건에서 평가할 수 있었다”며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 모두에서 혜택이 넓게 공유된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수요 측 기후행동이 대중에게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통념도 검토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생활방식을 바꾸는 정책은 개인의 노력과 시간,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중의 저항이 클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 브라질, 중국에서 실시한 대표 설문조사 결과는 이와 달랐다.

세 나라의 응답자들은 공급 측 전략과 수요 측 전략 모두가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봤으며, 수용 가능성도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특히 연구진이 삶의 질 개선 효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자, 기후행동에 대한 응답자들의 태도는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설문을 설계한 그로닝겐대학교의 린다 스테그 교수와 바헤닝언대학교의 앤 반 발켄고드 연구원은 “사람들은 공급 측 전략과 수요 측 전략 모두가 삶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고, 세 나라 모두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며 “단순히 관련 근거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인식이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후정책을 설명할 때 배출 감축량과 경제적 비용만 강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기질 개선, 건강 증진, 난방비 절감, 교통 접근성 향상, 에너지 안보 강화, 취약계층 보호 등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효과를 함께 제시할 때 대중의 지지를 더 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수요 측 전략이 현재보다 기후정책 포트폴리오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기후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차 보급, 청정연료 전환 등 공급 측 기술 전환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왔다. 그러나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자원 효율을 높이는 정책은 배출 감축뿐 아니라 삶의 질 개선과 사회적 형평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기후행동이 반드시 불편과 희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에너지와 자원을 덜 쓰는 방식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더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공정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정책의 성패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개선 효과를 어떻게 설계하고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