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디어=김한결 기자] 고품질 재활용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종이팩이 일반폐지와 함께 배출되거나 종량제봉투에 섞여 버려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생산자, 재활용업계, 종이팩 제조업계가 손을 잡았다.
종이팩의 생산부터 소비, 분리배출, 회수·선별, 재활용제품 생산과 소비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체계로 연결하는 이른바 ‘닫힌고리(Closed Loop)’ 자원순환체계 구축이 본격화된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KORA)는 21일 한솔제지 대전공장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비롯한 재활용의무생산자, 재활용업계, 종이팩 제조사, 관련 유관기관 등 10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종이팩 재활용체계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는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 재활용의무생산자, 종이팩 재활용협의회와 한솔제지, 쌍용씨앤비 등 재활용업계, SIG콤비블록코리아와 테트라팩 등 종이팩 제조사, KORA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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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팩 재활용체계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식 |
종이팩, 왜 별도 회수가 필요한가
종이팩은 천연펄프 등 고품질 원료를 사용해 제조되기 때문에 재활용 자원으로서 가치가 높은 포장재다.
하지만 실제 배출 과정에서는 종이팩이 일반폐지와 함께 섞이거나 종량제봉투에 버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종이팩이 일반폐지와 혼합되면 재활용 과정에서 선별이 어려워지고, 재활용이 가능한 원료가 잔재물로 처리돼 소각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종이팩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활용 기술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배출 단계에서부터 종이팩을 별도로 회수하고, 선별업체와 제지업체가 안정적으로 재생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2027년부터 공동주택 종이팩 분리배출 본격 시행
이번 협약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공동주택의 종이팩 분리배출 확대다.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중심으로 올해 10월부터 전국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을 자율적으로 선제 시행하고, 관련 지침을 개정해 2027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대상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른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으로, 보도자료에 따르면 약 14만4,000동 규모다.
이번 조치는 종이팩을 배출 단계부터 다른 폐지류와 구분해 회수함으로써 고품질 재생펄프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종이팩 재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던 ‘배출-회수-선별’ 단계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의미다. 생산자부터 재활용업체, 종이팩 제조사, 정부와 유관기관까지 각각의 역할을 나눠 종이팩의 자원순환 전 과정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재활용의무생산자는 재활용지원금을 분담하고 종이팩 재활용제품의 구매를 확대한다.
재활용업계에서는 선별업체가 종이팩을 고품질로 선별하고, 제지업체는 회수된 종이팩을 활용해 재활용제품을 생산한다.
종이팩 제조사는 멸균팩의 재질과 구조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선별업체의 시설 고도화도 지원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도 개선을 담당한다. 종이팩의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 유예와 종이팩 분리배출 관련 지침 개정 등이 추진된다.
KORA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등 유관기관은 국민 홍보와 수거체계 정비, 재활용 실적 관리, 재활용지원금 지급 등 행정·재정적 지원을 담당한다.
KORA, 분리배출 홍보부터 실적관리까지 지원
KORA는 이번 협약에서 종이팩 재활용체계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선 공동주택 등을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실제 재활용 실적을 관리할 예정이다.
또 재활용지원금을 지급해 재활용업계의 참여를 유도하고, 종이팩 수거체계 정비와 재활용제품의 판로 확대도 지원한다.
이는 종이팩 재활용을 단순히 ‘배출량을 늘리는 정책’으로 접근하지 않고 안정적인 원료 공급과 재활용제품 생산·판매까지 연결하는 시장 기반 정책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종이팩이 아무리 많이 회수되더라도 이를 안정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처리시설과 수요처가 없다면 지속적인 자원순환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의 성패는 결국 분리배출된 종이팩이 실제 고품질 재생원료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환되느냐에 달려 있다.
분리배출이 확대되면 선별업체의 종이팩 확보량이 증가하고,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지업체 역시 안정적으로 재생펄프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재활용제품의 생산과 소비가 확대되면 종이팩을 둘러싼 자원순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멸균팩 등 다양한 종이팩 재활용 기반도 과제
향후에는 종이팩의 재질과 구조에 따른 선별·재활용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특히 멸균팩 등 다양한 구조의 종이팩이 유통되고 있는 만큼, 제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한 설계와 재활용업계의 선별·처리시설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번 협약에서도 종이팩 제조사는 멸균팩 재질·구조 기술개발과 선별업체 시설 고도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이는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사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하는 순환경제형 생산체계로 전환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이명환 KORA 이사장은 이번 협약을 종이팩의 생산부터 소비, 배출,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체계로 연결하는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특히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공동주택 종이팩 분리배출 자율·선제 시행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2027년 1월 본격 시행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와 재활용 실적관리, 재활용지원금 지급 등 KORA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사)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김동진 이사장은 “종이팩 재활용은 생산부터 소비, 회수, 재활용까지 모든 주체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공제조합도 관계기관 및 업계와 협력하여 종이팩 재활용 체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협약의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제도 시행 이전부터 공동주택 관리주체와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분리배출 방법 안내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또 실제 배출된 종이팩이 어떤 경로를 통해 회수되고 선별되는지, 최종적으로 어떤 재활용제품으로 생산되는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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